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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자신의 둥지조차 꿈꿀 수 없는 대한민국

그러면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라고 요구하는 게 가당한가 

기사입력2020-06-10 18: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가가구의 평균거주기간은 10.7년, 임차가구 3.2년보다 3배이상 길다.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운 임차가구(42%)가 3년마다 이사를 가야만하는 게 현실이다. 

2019년 기준 임차가구의 전국 평균 RIR(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은 16.1%, 수도권은 20.0%에 달한다. 300만원짜리 월급쟁이가 수도권에서 전월세를 살기 위해 매월 60만원씩 집주인에게 바쳐야한다. 전국 평균 RIR도 전년대비 0.6%p 늘었고, 수도권 사정은 더 악화돼 1.4%p나 높아졌다. 임차가구의 전월세 부담은 더 가중됐다. 

청년이 평생을 일해도 자신 명의 집 한칸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라고 요구하는 게 가당한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도 죄라서, 부모세대가 그리 살았으니, 너희도 그렇게 살라고 강요할 수 있나. 그럴 수도 없고, 정말 그래선 안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시간이 되면 주기적으로 둥지를 옮기는 철새신세도 안타까운데, 늘어나는 주거비마저 감수해야하는 임차가구. 헌법 곳곳에 널려있는 ‘주거권’은 사문화된 권리인가. 그래서 이태 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거권을 명문화한 헌법개정안을 내놨나. 집없는 서민의 고통은 깊어지는데, 정부여당은 ·극우·보수 야당의 반대라는 핑계를 대면서 세월만 보냈다.

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대국회에 이어 21대국회에 또다시 유사한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년 한도 내에서 행사했던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임대인의 실거주 등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무제한 보장했다. 아울러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도 5%로 묶었다. 임차가구의 주거안정성을 보장하고 주거비용 부담 역시 덜어주는 서민 친화적 입법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그랬지만, 당장 극우·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 입법이란 비난이 쏟아진다. 노후생계 수단으로 마련한 집 한채에 대한 처분권마저 제한하면서, 세금만 내는 게 불만이라는 노령의 임대인이 등장한다. 임대기간을 무제한 연장하면, 장기적으로 전월세가구 공급이 감소한다는 주장 역시 단골메뉴다. 임대료 제한을 우려한 임대인이 개정법 시행 이전, 임대료를 대폭 올려 임차가구 부담만 키운다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한다. 

노령 임대인의 불만은 허구이거나 과장된 언사다. 생계가 문제가 된다면, 보전 가능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임대기간 무제한 보장 역시 그간 박탈당했던 주거권을 임차가구에 돌려주는 것 일뿐, 재산권침해와는 무관하다. 공공재인 주택을 주거목적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악용해 공공복리를 해칠 때, 우리헌법은 재산권행사를 제한하라고 명시했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때문에 전세가격이 폭등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당시 전세가 폭등의 원인은, 3저(달러·금리·유가) 호황으로 달궈진 주택시장에 수요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부동산투기 공화국에서 기득권 보호에 목숨을 건 극우·보수 집단의 억지를 모두 수긍하자. 그럼 어쩌자는 것인가. ‘2019년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은 5.4배, 수도권은 6.8배에 이른다. 월급쟁이 또는 자영업자가 수도권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장만하려면, 연 소득 전부를 7년가까이 저축해야한다는 말이다. 연소득 전부 저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니, 절반을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14년이다. 

그런데 임차가구가 소득의 절반을 저축할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거주 임차가구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20%를 주거비용으로 지출한다. 나머지 소득 80%에서 가족의 생계비용을 제외하면, 저축 가능한 여유분은 총 소득의 50%에도 훨씬 모자란다고 봐야한다. 투잡을 하든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주택자금을 만들지 못하면 수도권에서 평생 집을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사회를 정글로 만든 책임이 있는 중고령 층이야 그렇다고 쳐도, 청년층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만20~만34세가 가구주인 청년임차가구의 전국 평균 RIR은 17.7%, 수도권은 19.3%다. 청장년 층의 RIR가 별 차이가 없다. 평생을 일하는 청년가구주에게 집 한칸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라고 요구하는 게 가당한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도 죄라서, 부모세대가 그리 살았으니, 너희도 그렇게 살라고 강요할 수 있나. 그럴 수 없고, 정말 그래선 안된다.

우리나라 전월세시장의 관행과 경험에 비추어보면 박주민 의원 안이 다소 파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를 원칙으로 한다.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 국가가 주택시장에 개입해 규제를 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다. 반면 우리정부는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인정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했기에 선진국 사례가 어색할 뿐이다. 

덜 과격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있다. 지난 5일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년을 거주한 임차인이 원하면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보장하고,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도 5%로 제한했다. 

윤후덕 의원 안과 박주민 의원 안 그리고 또다른 대안 중 어느 것을 택하든 집권여당의 몫이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과 같이 임차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를 포함 정치권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청년을 생각한다고 말한다. 마음에 없는 말잔치에 앞서 청년의 눈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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