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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철지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또 꺼내다

최저임금 인상과 실효적 보완책…영세사업주·노동자 모두 사는 길 

기사입력2020-06-17 19: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속도 낼 것은 속도를 내야 하지만, 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부담이 과도한 것은 최근 들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미래경제문화포럼이 주최한 조찬모임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지나치게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저임금계층에 대해 우리사회가 같이 보듬어 가는 입장에서 최저임금도 올려주고 고용요건도 개선하자는 게 포인트인데, 이 부분에서 최저임금이 최근 2~3년 동안 급격히 오르면서 역풍을 맞았다”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내밀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나치게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임금계층’을 보듬어야한다고 말했지만, 영혼 없는 수사일 뿐이다. 홍남기 부총리 내심은 親기업 일색이고, 노동에 대한 존중은 애초부터 없다. 재벌대기업 지원에는 수십조원 이상을 쏟아 부으면서도, 저임금노동자 생계보장을 위한 재정지원에는 한없이 인색해서 하는 말이다. 

전년대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드라이브를  건 이후 지난 3년 평균 인상률은 10.05%다. 작년과 재작년 각각 10.9%·16.4%,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해 두 자릿수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역풍까지 거론하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는 저의가 불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수장이고,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법적시한이 이달 29일로 채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2018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16.4%)은 2007년(12.3%) 이후 11년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같은 기간에서 2018년을 제외하면, 10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63%다. 지난 3년 평균 인상률(10.05%)에 비해 2.87%p 낮다. 과거 10년과 비교해 3년간 연 평균 2.87%p 더 인상됐다는 점에서 영세사업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세사업주 대다수가 감내하지 못할 수준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의 120%이하인 노동자의 인건비 일부를 영세사업주에게 보전해줬다. 10명미만 고용 사업주와 소속 노동자에게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국민연금·고용보험료를 90%까지 지원했다. 이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점 지원,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도 잇따라 쏟아냈다. 

이 같은 보완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의 부담은 사실상 없거나 미미했어야했다. 하지만 사정은 거꾸로 돌아갔다. 영세사업주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았고, 정부의 직접 지원책은 고용보험 가입 사업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률이 정규직은 87.2%지만, 비정규직은 그 절반인 44.9% 수준이다.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건설업에 종사하는 영세사업주 대다수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1인이상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해야하는 관련법을 위반한 이들 영세사업주의 책임 또한 짚어야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이들 영세사업주의 지불능력은 전혀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세사업주가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험료부담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의 반대로 사업주 의사와 무관하게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남편이 고용보험이 가입했다고, 자식이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무임승차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권리 주장에 앞서 법적의무 이행을 강제할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영세사업주가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보전대책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최저임금 인상분 모두를 영세사업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어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역풍을 이유로 홍남기 부총리가 속도조절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역풍을 불러온 책임은 홍 부총리 자신에게 있다. 고용보험 가입의무가 있는 영세사업주에게, 의무를 이행하도록 관리하지 못했기에 이 사달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속도조절론을 얘기하며, 오늘 풀어야 할 난제를 내일로 미루는 구태를 반복한다. 그래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세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할 수 없다. 영세사업자의 지불능력을 방패삼아, 해마다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억제할 수 없다. 

홍남기 부총리. ‘지나치게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임금계층’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주고 싶다면,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그에 따른 실효적인 보전책을 만드는 게, 영세사업주와 저임금노동자 모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제인 정부가 ‘노동존중’ 기조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았다면, 철지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소환해선 안된다. 

지금 홍남기 부총리가 내놔야 할 대책은 영세사업주의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특단의 방안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방안이 영세사업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이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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