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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만든 건, 정규직 아닌 1만 비정규직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노동자의 직접고용이 ‘공정’이다 

기사입력2020-07-01 18: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취업준비생으로 대표되는 청년층,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미래통합당의 반대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이들이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속내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내세우는 명분은 하나같이 ‘공정’이다.

공정을 얘기하는 이들 3자 모두에게 물어보자. 2019년 인천공항공사 5급 대졸 정규직 신입사원 초봉이 4589만원이고, 전체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8398만원이다. 반면 정규직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노동자의 경우 법정 최저시급(8950원)에 연장·야간근로수당을 더해, 10년 경력직의 평균 연봉은 3730만원이다. 10년차 보안검색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 신입사원의 81% 수준이고, 정규직 전체와 비교하면 44%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임금 불평등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인천공항공사 직무의 경중·난이도를 감안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는 너무 과도하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은 SKY대학 급에, 노량진 골방에서의 노력과 땀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정규직 입사를 위해 취업준비생이 감내했던 인고(忍苦)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장시간, 10년에 걸쳐 인천공항공사를 ‘신이 직장’으로 키운 게 보안검색노동자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신입사원의 고연봉 4589만원은 그래서 가능했다. 

보안검색요원은 취업준비생이 지원하는 직무가 아니다. 보안검색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된다고, 취업준비생의 입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보안검색노동자에게 ‘적극적 우대조치’를 함으로써,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게 우리 헌법 평등권의 내용이다. 또 사회발전이란 측면에서도 보안검색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을 향상시켜, 더 많은 취업준비생이 양질의 보안검색직무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연대의식이고, 그게 바로 공정이고 정의다. 

인천공항공사 1500여명의 정규직과 이들 만을 대표하는 정규직노동조합. 보안검색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근거로 정규직 전환 절차의 불공정성을 내세운다. 자신들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듯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반면 보안검색요원들은 줄을 잘 섰다는 이유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절차 운운하지만, 속내는 단 한 개의 밥그릇도 나눠주지 않겠다는 끝 모를 이기심에 따른 억지다. 

2015~2019년 5년간 인천공항공사 영업이익률 평균은 52.8%, 2019년에도 연매출 2조8265억원, 영업이익은 1조2898억원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물동량 급감과 국제유가·환율 인상이란 이중고에도 영업이익률 45%를 기록했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영업이익률은, SKY급 1500여명 정규직이 남다른 혁신을 통해 창출한 결과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2001년 개항 이후 국제노선을 사실상 독점했기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이 될 수 있었다. 아울러 1900여명의 보안검색노동자를 포함 1만명 가까운 비정규직노동자 모두의 ‘노력과 땀’이 어우러진 성과이기도 하다. 정규직 1500여명이 ‘공채’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과실을 독점하겠다는 주장을 용납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보안검색요원 직무의 정규직화는 인정하겠지만, 그 직무가 아닌 사람까지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는 것은 ‘로또’라는 이유에서다. 하 의원 주장에 따르면 보안검색노동자 모두를 해고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통해 새롭게 선발해야한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 시스템을 마비시킬 요량이 아니라면, 거론조차해서는 안되는 발상이다. 결국 하 의원이 주장하는 정규직화 방식은 정규직노조와 동일하게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다. 

하태경 의원에게 물어보자. 10년차 보안검색노동자가 1년 내내 연장·야간 등 죽을둥살둥 일해서 3730만원 받는 게 로또인가. 오전·오후·야간 3교대로 하루 13시간씩 승객의 물품을 담은 바구니를 보안검색대에 올렸다 내렸다하는 로또 당첨자를 본 적이 있는가. 또 보안검색노조 관계자 말을 인용한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최근 1년 6개월간 보안검색요원 이직률은 25%에 달한다. 하 의원 주장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의 보안검색노동자가 사실상 당첨된 로또를 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억지 궤변에 휘말리기 싫지만 한마디만 하자. 취업준비생과 청년의 아픈 고리를 헤집어 정략으로 이용하지 마라. 그렇게 허접한 정치를 하겠다면, 의원직을 당장 내려놔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나아가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은 우리사회 극단적인 계층간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받을 수 없는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시대적 소명이다. 또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온갖 차별적 조치를 해소해, 노동존중 사회로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함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보안검색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기 위해 왜곡 포장된 평등과 공정, 그 원래 취지와 가치를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다.  
     
인천공항공사를 포함 공기업·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24시간을 쪼개 갈고 다듬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공무원을 포함 공기업·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취업자는 10%도 채 안된다. 나머지 90%는 극소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몸을 담거나, 공기업·대기업의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대란 특히 극심한 청년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에 화가 나고, 잊을 만하는 터지는 채용비리 뉴스에 박탈감 또한 적지 않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취업준비생 모두를 여기까지 끌어주고 세워준 우리 이웃과 공동체, 90%의 또다른 수험생 처지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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