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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상태 안전하지 못했다면 운송인 면책 안돼

강우, 해수 유입 등으로 손실 발생하지 않도록 감항능력 유지해야 

기사입력2020-08-18 00:00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한국무역협회 상담위원)
A(운송인)B(운송의뢰인)와 쌀 1만 톤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항해를 시작했다. 쌀은 가마니에 포장되었기에 항해 중, 강우 내지 해수 유입 등에 의한 손상에 대비해 갑판 아래에 적부하고 운송 중이었다.

 

그런데 목적항에 거의 다다른 지점에서 최대 파고 약 4m, 풍속은 18m/s 정도의 폭풍주의보에 노출됐다. 파도와 폭풍우 등으로 인해, 이미 노후한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 덮개 중 2개에 크랙(crack)이 발생하고 그것을 통해 빗물과 해수 등이 유입돼 많은 분량의 쌀이 손상됐다.

 

이에 B와 수하인 C는 협의해 A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청구를 구했다. A는 폭풍을 만나기 전부터 화물창의 덮개에 crack이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 정도의 폭풍은 매우 안 좋은 기상 상황임을 이유로, 자신은 감항능력의 주의의무를 다했기에 면책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C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항할 수 있는가?

 

쟁점=해상운송의 특성상 운송인은 자신이 일정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 및 그 사실과 손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면한다(상법 제796).

 

그러나 제796조의 경우에 해당되더라도 감항능력주의의무(상법 제794) 및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동법 제795)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 이 건의 경우 제794조의 의무를 다했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규정

1) 상법 제796조 (운송인의 면책사유)

 

운송인은 다음 각 호의 사실이 있었다는 것과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그 사실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다만794조 및 제795조 제1항에 따른 주의를 다하였더라면 그 손해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해상이나 그 밖에 항행할 수 있는 수면에서의 위험 또는 사고

2. 불가항력

 

2) 상법 제794조 (감항능력 주의의무)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다음의 사항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판례=매우 유사한 판례가 있다.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5. 5.28. 선고 84다카966 판결 및 1976. 10.29. 선고 761237 판결 참조).

 

먼저 원심이 인용한 을 제1호증(기상증명서), 을 제7호증(뷰포트풍력급표)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 부근 바다에 발표된 폭풍주의보의 예상최대파고는 3 내지 5m이고, 풍속은 뷰포트(Beaufort) 풍력계급 중 7 내지 8등급에 해당하는 14 내지 20m/s 정도였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이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 일부만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에 근접하여 항해하던 ◎◎◎호는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선박이 조우하였던 기상이변에 의한 돌풍이나 삼각파도는 3월 하순경 ▲▲에서 △△까지의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해상운송의 특성상 운송인은 자신이 일정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 및 그 사실과 손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감항능력주의의무 및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자료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19××. ×.에 진수된 것으로 전반적으로 낡은 상태였고, 이 사건 사고 후 남아 있는 화물창 목재창구 덮개들도 고정못이나 양끝단의 철재 테두리가 부식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등 노후한 상태인 사실, 이 사건 선박은 길이 ○○.××m, .××m로서 상부 구조물 부분과 선수갑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2개의 화물창으로 이루어진 화물선이다.

 

이 사건 선박이 항해 중 조우한 돌풍과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는데도 화물창구 덮개만이 파손되었으며, 파손된 화물창구 덮개도 전 부위가 파손된 것이 아니라 1번 화물창에서 4m×1m, 2번 화물창에서 2m×1m 등 특정 부분에 국한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는 발항하기 이전부터 ▲▲△△사이의 항로에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과 파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노후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발항 당시 이 사건 선박은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고, 피고 또는 그 선박사용인이 발항 전 상당한 주의로써 선체의 각 부분을 면밀히 점검 조사하여 감항능력의 유무를 확인하였더라면, 화물창구 덮개의 노후 등 하자를 발견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구 덮개 일부가 파손되고 거기로 해수가 유입되어 운송물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2.10. 선고 9645054 판결).

 

결과 및 시사점=운송인의 면책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이지만 감항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로서 운송인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다. 운송인은 평소 선박의 관리를 충실히 해 감항능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김범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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