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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중 무전기 이상…목적항 도착 늦어졌는데

출항 당시 감항능력주의의무 부실로, 운송인 면책 주장 못해 

기사입력2020-09-29 18:08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한국무역협회 상담위원)
A(운송인)B(송하인)와 시멘트 15만 포대의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A는 항해 시작 직후, 무전기 장비의 노후로 인한 교신의 어려움이 발생하자 장비점검 및 용품수급 등을 위해 ○○항에 임시로 기항하게 됐다. ○○항에서 장비 점검과 수리 등의 행위로 며칠을 소요한 결과, 예정된 일정이 지연돼 목적항인 □□항에의 도착이 늦어졌다.

 

C(수하인)는 전매 기회의 상실을 이유로 A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는 운송인의 면책사유를 원용하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자신의 행위는 무전기의 노후로 인한 성능장애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 있는 이로(離路)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의 주장은 타당한가?

 

쟁점=해상운송은 업무의 성격과 역사적 연혁으로 많은 특권을 해상운송인에게 부여했으며, 가장 큰 특권은 면책의 사유가 광범위하고 피해자들의 책임추궁기간이 단기라는 것이다

 

우리 법도 운송인의 행위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및 그 사유 해당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주고 있다(상법 제796). 그러나 제796조에 해당되더라도 감항능력주의의무(상법 제794)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이 건에서는 해상운송에 필요한 장치에 대한 사전의 통상적인 기능점검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불시의) 고장인지 아니면 통상적인 기능점검을 다하지 못한 결과, 필요한 수리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규정

상법 제796(운송인의 면책사유)

 

운송인은 다음 각 호의 사실이 있었다는 것과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그 사실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다만794조 및 제795조 제1항에 따른 주의를 다하였더라면 그 손해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해상에서의 인명이나 재산의 구조행위 또는 이로 인한 항로이탈이나 그 밖의 정당한 사유로 인한 항로이탈

 

상법 제794조 (감항능력 주의의무)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다음의 사항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판례=이와 매우 유사한 판례를 보면, 선적항을 출항하여 항해하던 중 레이더 장비의 노후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을 받고 선용품도 공급받기 위하여 다른 항구로 임시 기항하였다면 선주는 선적항을 출항할 당시 선박에 설치된 레이더 장비의 성능과 고장 여부를 점검하여 감항능력을 유지 확보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발항 당시 레이더에 관한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이행을 다하지 아니한 선박이 출항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의 수리 점검 및 선용품 공급을 위하여 예정된 항로를 변경한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한 이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선박의 부산항에서의 레이더 수리 내역을 보면 레이더 장비의 부품의 손상에 따른 수리 또는 교체가 아니라 장비의 노후에 따른 성능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일상적인 점검에 지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45054 판결).

 

결과 및 시사점=출항 당시 무전기에 관한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기에, 출항 직후에 일상적인 점검을 위해 임시로 기항한 행위는 정당한 이로가 아니므로 운송인의 면책을 주장하지 못한다.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중요요소 중 하나인 인·물적 능력의 구비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김범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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