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1/12/02(목) 17:24 편집
스마트복지포털

주요메뉴

스마트CFO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법의 이념, 공정과 처벌을 통한 정의 실현

동양, 죄 지은 자를 처벌하는 ‘해태’ vs 서양, 정의의 여신 ‘니케’ 

기사입력2020-10-13 10:27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이번 정부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검찰개혁이 지난해 여름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열리면서부터 우리사회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터져 나오면서, 서로 옳고 그르니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일부 법률전문가나 시사평론가가 법과 윤리에 관한 논쟁을 벌이면서, 법무부의 명칭이 법에 관한 일을 맡아 보는 부서라고 해서 한자로 ‘법무부(法務部)’라고 일컫지만, 영어로는 ‘정의(正義)의 부서’라는 의미에서 ‘Ministry of Justice’라고 번역되어 있다면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법무부의 주요 임무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끈다. 

법무부를 영어로 풀이하면 법을 맡아 보는 부서라는 뜻에서 ‘Ministry of law’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째서 법 대신에 정의를 맡아보는 부서라고 번역한 것일까? 일단 미국에서 법무부를 Ministry of Justice라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번역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가면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을 볼 수 있다. 이 여인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또는 법의 여신이라 불리는 디케(Dike)이다.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바로 죄인의 허물을 공정하게 측정하여 처벌한다는 의미로서, 본디 서양에서 인식하는 법이란 공정한 처벌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다. 또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죄인의 죄를 측정할 때 신분이나 지위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이다. 두 눈을 가리고 양손에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공정한 처벌’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법의 정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대 중국에서 제정된 법(法)자의 의미와도 일치하는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고대 중국에서 법은 어떤 의미로 이해되었던 것일까? 흔히 법(法)자가 ‘물 수(氵)’자와 ‘갈 거(去)’자가 어우러져 있어서, 마치 법을 ‘물이 흘러가듯이’ 세상의 이치에 어그러짐이 없어야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풀이가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확한 해석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去)’자는 본래 ‘간다’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제거한다’는 뜻이므로, 법(法)자를 ‘물이 간다’는 뜻으로 새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자(漢字) 풀이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법(法)자를 전설에 뿔이 하나 달린 신성한 동물이 누가 죄를 지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벌을 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했으며, 법을 집행하는 것이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물 수(水)’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뿔이 하나 달린 신성한 동물을 해태(獬豸) 또는 해치라고 부르는데, 이 해태가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호남의 명문 프로야구구단 해태타이거즈의 모기업 해태제과 모델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안타깝게도 야구구단이 매각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도 광화문 앞에 서 있는 해태 석상을 보면 방긋방긋 웃으며 마치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디 전설에서 해태는 사자와 비슷하면서 머리에 뿔이 하나 달려 있는데, 세상의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죄를 지은 이를 잡아먹는 무서운 동물로 등장한다.

경복궁 광화문 앞 해태 석상이다. 본디 해태는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는 신성한 동물로서 고대 중국에서 공정한 처벌이라는 법의 정신을 상징하기 위해서 세운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리고 『설문해자』에서 법을 집행하는 것이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물 수(水)’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풀이하였는데, 고대 중국 사상의 집대성자인 한비자(韓非子)는 물이 항상 고르게 있으려고 하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마치 그릇에 반쯤 담긴 물이 있다고 할 때, 그릇이 이리저리 기울어지더라도 물의 표면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으려는 성질을 두고 그렇게 여긴 것이다.

그리고 ‘제거한다’는 의미의 거(去)자는 잘못한 이를 처벌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법(法)의 옛 글자는 물 수(氵)자와 걸 거(去)자에다가 해태를 의미하는 ‘치(廌)’자가 합성된 ‘灋(법)’으로 쓰였다가 글자가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처벌한다는 거(去)자와 사람들의 시비와 선악을 가려 나쁜 이를 처치한다는 신성한 동물인 해태라는 이미지가 겹치기도 해서, 이후에는 간략하게 ‘法(법)’으로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비자는 그의 책 「정법(定法)」편에서 “법이란 법령을 나라에서 제정하여 세상에 펴는 것이며, 형벌을 백성들이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서 법령을 잘 지키면 상이 주어지며, 법령을 함부로 어기면 벌이 내려지는 것이다(法者, 憲令著於官府, 刑罰必於民心, 賞存乎愼法, 而罰加乎姦令者也.)”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은 바로 한비자가 그의 책 「외저설우상(外儲說右上)」편에서도 말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상을 줄 만한 공훈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준다는 신상(信賞)과, 벌 받을 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린다는 필벌(必罰)이 어우러진 뜻이다. 이처럼 법의 기본 정신은 공정하며 엄중하게 상벌이 내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상을 내려야 하는 일이 아무래도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인지, 이후에 법(法)자에는 반드시 상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는 사라지고, 공정하게 처벌한다는 의미에서 공정을 나타내는 수(氵)자와 처벌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거(去)자만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고대 중국에서 형성된 법의 이념이 서양에서 법의 여신인 디케가 공정과 처벌을 상징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사람들마다 따져야 할 시시비비들도 함께 믾아지니까,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처벌을 통해서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서양이나 중국에서도 똑같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시비비를 공정하게 가려야 할 법 때문에 논란이 무성한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스마트에듀센터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부동산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예술별자리
  • 개인회생
  • 무역물류
  • 스마트공장
  • 민생희망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노동법
  • 신경제
  • CSR·ESG
  • 정치경제학
  • 빌딩이야기
  • 글로벌탐험
  • 가맹거래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