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렬 은밀한 접촉 있을 때 ‘scene’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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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협상결렬 은밀한 접촉 있을 때 ‘scene’ 쓰는 이유 Movie Metaphor ①Hollywood, scene, shooting, scenario, hand it to~

기사입력2020-11-25 16:10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미국 사람들이 실내에서 즐기는 가장 중요한 오락문화 중의 하나가 영화(movie)다. 현대 미국 사회에서 영화는 미국인들에게 으뜸가는 여흥이 됐고 국가적인 오락이 됐다. 이 전통과 역사를 주도한 것이 바로 할리웃(Hollywood) 영화산업이다.

Hollywood은 본래 Los Angeles 중심부에 있는 지역인데, 이곳에 유명한 영화사들이 집중되어 있고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극장(Dolby theater)과 각종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미국의 영화산업(the film industry of the United States)을 상징하는 환유(metonymy expression) 표현으로 굳어져서 쓰이고 있다. 이 사실을 영어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Hollywood, a district in the city of Los Angels, has long been a metonymy expression that stands for the film industry of the United States.

할리웃 영화(Hollywoood)는 예술성과 폭력성과 미국이라는 국가를 선전하는 애국주의 등의 시비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선 오락(entertainment)’이라는 충실한 제작 개념에 맞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미국적 삶과 미국적 가치를 반영한 대중적인 오락영화로서 전 세계에 미국 문화의 혁혁한 전파자 역할을 해 왔다.

필자도 청소년기에 미국 영화를 통해서 미국 문화를 처음 접했다. 한국이 가난하던 그 시절 극장에 가서 미국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이, 내게는 힘든 학업의 일상을 잠시 접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소중한 일탈의 시간이었다. 그들의 풍족한 문화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미래에 언젠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미국 사회와 문화를 동경하곤 했다. 특히 그 때는 요즘처럼 영화를 컴퓨터에 영상파일(video file)로 저장해서 보고 싶은 장면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매우 감동적인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보았을 때는 그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서 주린 배를 참으며 영화를 두 번씩 보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 감상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흔하게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는 질문일 것이다. 이것을 영어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What do you think was the most memorable (impressive) scene of the movie?

영화는 여러 장소와 상황을 반영한 장면(scene)을 엮어서 영상으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만드는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는 감독이 각본에 따라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촬영 현장을 지휘해서 그 장면을 최선의 예술성과 전달력이 있는 영상으로 만드는 노력이 바탕이 된다. 이렇게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것을 영어에서는 동사 ‘shoot’을 써서 ‘shoot a scene’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의 영화를 찍는 행위와 과정을 나타내는 명사인 ‘촬영’을 영어로는 ‘shooting’이라고 표현한다.

본래 동사 ‘shoot’은 어떤 물체나 무기를 동원해 사람이나 장소를 때리거나 파괴한다는 뜻인데, 그 뜻을 은유 확대해 비디오 카메라로 영화의 각 장면을 찍고 녹화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서 있는 장면과 장총을 들고 표적물을 겨냥하고 있는 사수 모습의 유사성를 떠올리면 이 은유 확대 표현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Hollywood에 유명한 영화사들이 집중돼 있고,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극장(Dolby theater)과 각종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미국의 영화산업을 상징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실 관객으로서 우리가 보는 영화 장면은 감독의 지휘 아래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들이 한 팀이 되어 찍은 많은 장면들 중 가장 우수한 것을 모아서 최종 편집한 것을 보는 것이다. 그 수준의 장면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촬영 장소 안은 물론 밖에서도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게 마련이다. 미국 영어에서 ‘behind the scenes’라는 표현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은밀하게 실제적으로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서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서 두 회사 간 중요한 협상이 있는데 공식적인 회의결과 발표에 따르면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 이후에도 최고책임자들 사이에 은밀한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Behind the scenes they will be working quietly to try to get the deal done.

얼마 전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의 주요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 영화를 찍은 장소가 굴지의 관광명소가 되곤 한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과 흥행 이후 서울시에서 이 영화를 촬영한 4곳의 장소를 관광지로 홍보하고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을 Korea Times는 다음과 같은 머리기사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Seoul to promote 4 ‘Parasite’ shooting locations as tour attractions.

영화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상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및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 쾌거의 영광 뒤에는 봉준호라는 뛰어난 감독이 있었고 그가 가장 현저한 조명을 받았지만, 역시 영화의 뿌리는 그 영화의 줄거리를 쓴 각본의 독창성과 우수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 영화의 각본을 흔히 ‘scenario’라고 하는데, 이 본래의 뜻이 은유 확대돼 ‘an expected situation or sequence of events(예상되는 상황 혹은 사건의 전개)’의 뜻으로 잘 쓰인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누군가로 부터 어떤 일의 전망과 예상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그것이 영화 관련 은유 확대 표현인지도 모르고 ‘best/worst case scenario’라는 말을 멀리 쓴다.

예를 들어서 최근 직장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걱정이 끝이 없는 상황인데,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앞으로의 사태와 대처에 관한 회의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표현할 수 있다.

The best case scenario, of course, is that we all test negative.

위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했는데, 미국 사람들이 그 표현이 시상식에서 파생한 은유 확대 표현인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잘 쓰는 표현이 있다. 그들은 일상에서 ‘You've got to hand it to ~’라는 표현을 매우 자주 쓰는데, 이 표현이 바로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상장이나 상품을 수여하는 상황을 묘사한 뜻이 은유 확대된 표현으로서 ‘to give someone credit or recognition for what they have done(어떤 일을 한 것에 대하여 그 사람의 공을 인정하고 치하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새 사장이 온 후 회사가 괄목할만한 성장(remarkable growth)을 성취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We've got to hand it to her; the company has made remarkable growth since she took over.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