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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확보 어려운 피해자…‘디스커버리’ 도입을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미국에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사입력2021-02-16 10:24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 판정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전지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2017년 경 LG화학의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기술관련 핵심문서들을 유출했고,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수주가 가능했다며, LG화학은 ITC에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악의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으며, ITC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했다는 점과 함께 영업비밀 침해도 인정했다이 과정에서 LG화학은 원천기술과 사업영역을 침해받았지만, 미국 ITC의 판단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슈는, 한국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국가 핵심기술의 국외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한 이유가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수집) 제도때문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연방민사소송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에 적용되는 증거조사 절차로, 소송당사자가 소송에 관계되는 정보를 획득하고 보전하기 위해 소송상대방과 서로 각종 정보와 문서 등을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판 전에는 반대 측이 무슨 증거와 증인을 제출할 지 알 수 없어, 이를 반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국내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기업간 기술분쟁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이러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소송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쟁 초기단계에서 정확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공정한 소송절차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피해사건 대부분의 증거는 국가나 기업 등 피고인이 가지고 있어,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국내 민사소송의 경우 1심에서의 불충분한 증거조사로 인해 1심 판결이 부실화되고, 이로 인한 항소율이 증가하면서 분쟁해결 시간과 비용이 증가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민사사건의 항소율은 40.5%이며, 형사사건 항소율은 2019년 기준 42.7%를 기록했다. 재판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특히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 피해나 국가, 기업, 의료기관 등으로부터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돼 왔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11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희망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41개사 중 110개사(78%)가 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국내 도입이 시급한 이유는,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이 기술 보호를 위해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감수하고 미국 ITC에 제소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LG화학과 같은 대기업이니 미국에서의 ITC 제소도 가능한 일이지, 중소기업은 기술침해로 위기를 맞아도 이를 바로잡을 여력이 없다. 핵심기술 유출이 기업의 존망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시급함은 더욱 크다.

 

특허청은 소송역량이 높지 않은 중소벤처기업이 특허기술을 보호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허청이 추진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특허권자의 권리보호 강화를 위해 재판에 들어가기 전 특허 소송당사자 양측이 가지고 있는 증거와 정보를 공개해, 소송당사자들이 특허침해 사실과 손해 관련 쟁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분쟁 초기단계에서 정확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고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피해 기업과 당사자들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거는 기대다. 특허청이 추진하는 특허 분야의 디스커버리 제도 뿐만 아니라, 향후 민사소송에서 법률적 약자들이 소송 초기에 정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 제도의 정착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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