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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은 미더워야

믿음이라는 덕목은 곧 ‘사람의 말’로서 미더운 것이어야 한다 여겼다 

기사입력2021-02-18 09:1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퇴임을 앞두고 있는 사법부 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여당 의원들이 주도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돼야 하는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것이라고 여당을 신랄하게 성토했고, 반면에 여당에서는 헌법을 위배하고 월권행위를 한 판사를 탄핵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 논쟁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판사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가, 해당 판사가 둘 사이에 나눴던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하는 바람에 바로 사과하는 일도 생겼다. 대법원장의 자질 논란과 함께 판사가 대법원장의 면담 자리에서 몰래 녹취할 만큼 서로 믿지 못하는 것이냐고, 판사와 대법원장 둘 다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예전 같으면 어떤 일이 법적으로 논란이 됐을 때 그렇게 말한 사실이 있냐고 추궁을 받으면, 흔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아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기 일쑤였다. 누가 보더라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의심과 비난을 한껏 받아도, 그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딴소리를 하거나 묵묵부답으로 버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네티즌들이 여기저기 구석구석 뒤져서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샅샅이 밝혀내곤 한다.

 

말이란 한번 쏟아내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말에 한층 신중해야 할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요즘은 누구나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언제 어디에서나 현장 사진을 찍어 둘 수도 있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간편하게 녹음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이 대화의 현장에 있는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누는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요즘 직장에서 상사가 내리는 지시가 부당하다 싶거나, 혹시라도 나중에 법적인 문제를 일으켜 자신이 뒤집어쓰게 될지도 모를 책임을 피하고자, 부하 직원들이 지시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중요하다 싶은 대화를 나눌 때, 혹시라도 상대방이 녹취를 하는가 싶어 한층 조심스럽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말을 많이 한다거나 말을 매끄럽게 잘하는 것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 것은 공자의 유가사상에서 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온갖 학파들이 나타나 갖가지 학설과 사상이 난무했다고 해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라고 한다. 이때 중국은 주()나라 정치체제의 근간이었던 봉건제(封建制)와 종법제(宗法制)가 무너지면서, 왕실의 권위가 실종돼 세상이 극도로 어지러웠던 시절이었다.

 

‘믿을 신(信)’자가 ‘사람 인(亻)’자와 ‘말씀 언(言)’자로 조합되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본디 사람의 말이란 미더워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자료=漢字演變五百例 참조, 제공=문승용 박사>
이처럼 세상에 혼란이 거듭되었던 때에 나타난 공자의 유가(儒家)나 노자의 도가(道家)와 같은 사상가들을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당시 시대 정황과 그들의 의식을 반영해, 그들의 사상 주장을 말과 글로 정연하고 이치에 닿게 다듬어 쓰고자 했으니, 중국에서는 이때 비로소 말 잘하기를 탐구하는 수사학(修辭學)에 대한 의식도 형성됐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공자는 논어 양화(陽貨)편에서 하늘이 어찌 말을 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나거늘, 하늘이 어찌 말을 하더냐?(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라고 해, 세상 만물의 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하늘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사정을 하나하나 말로 무어라 표현하지는 않는 것처럼, 사람들의 말과 글로는 세상 만물의 이치를 제대로 펼 수 없다고 여겼다.

 

이것은 기독교 성경의 요한복음 첫 구절에서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라고 해, 조물주의 말씀을 통해 세상이 창조되고 세상이 운행된다고 했던 것과 묘하게 비교된다.

 

실제로 공자가 논어 학이(學而)편에서 교묘하게 말을 꾸며서 하거나 얼굴빛을 보기 좋게 꾸미는 사람 가운데 어진 이가 드물다(巧言令色鲜矣仁)”라고 해, 공자는 당시 사람들이 말을 잘 꾸미는 것을 경계했다.

 

‘명령하다’라는 뜻의 ‘명(命)’자는 본디 ‘명령 령(令)’자에 ‘입 구(口)’자가 보태어진 모양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 역시 입을 통하는 것처럼 그 명령 역시 미더워야 명령이 통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자료=漢字演變五百例 참조, 제공=문승용 박사>
그렇다면 공자는 온갖 학파가 등장해 자신들의 사상 주장을 너나 할 것 없이 쏟아내던 시대에 어째서 자신은 말 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이었을까? 공자는 말을 잘 꾸미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미덥게 실천하는 것을 더욱 중시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러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말을 꾸미는 것을 경계했던 공자 사상의 영향을 받아 말이란 미더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믿을 신()’자가 사람 인()’자와 말씀 언()’자로 조합되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본디 믿음이라는 덕목은 곧 사람의 말로서 미더운 것이어야 한다고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신언서판(身言書判) , ‘외모, 말씨, 문필, 판단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여겼듯이, 어떤 사람의 말씨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였다.

 

오늘날 우리는 온갖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을 돋보이게 알리기 위해서 있는 사실보다 과대하게 포장을 해서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말이란 한번 쏟아내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 한마디로 법의 권위를 세워야 하는 대법원장과 판사의 진실 공방에서 보듯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말에 한층 신중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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