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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고 해 지혜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시대

30대의 야당 대표에 대한 우려와 기대 

기사입력2021-06-14 13:52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지난 주에 제1야당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당 대표가 선출된 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36세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 당 대표가 되겠다고 이름을 후보자 명단에 올렸을 때만해도 우리나라와 같이 보수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그처럼 어린 나이에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모두들 의아하게 여겼었지만, 막상 전당대회에서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다른 후보자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당당히 당 대표에 선출됐다.

 

1971년의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전에 나선 당시 44세였던 김영삼 의원이 40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40대 기수론을 내세우자, 신민당 유진산 총재는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며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하면서, 40세는 정치적으로 미성년의 나이라고 해 어린애 취급했던 것에 비교하더라도 30대 당 대표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여의도 정치판에는 60, 70대의 노련한 기성 정치인들이 득시글하게 포진해 있는데도 보수 야당에서 30대가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은 나이 지긋한 이른바 꼰대라고 불리는 기성 정치인들이 볼 때는 그야말로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라며 우려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자가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간략하게 피력하면서, “내가 열다섯 살이 되어서 배우기에 뜻을 두었고, 서른이 되어서 (뜻을) 세웠고, 마흔이 되어서 의혹 되지 않았다.(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라고 했다. 이로부터 15세의 나이를 지학(志學)이라 하고,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하고,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하게 됐다.

 

禮(예)는 본래 제단에 제기를 놓고 그 위에 풍성하게 제물을 쌓은 다음 신에게 제사를 올린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예법 혹은 윗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나 말씨 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인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 漢字演變五百例 참조>
공자의 말대로 보자면, 그는 15세 즈음에 공부에 뜻을 둔 이래로 약 20년 동안의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관을 세웠다라고 해 이립(而立)이라고 한 것인데, 정작 공자는 무엇을 어떻게 세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이것을 두고 후세 주석가들은 공자가 서른의 나이가 되어서는 자신의 인생관이나 삶의 가치관을 세운 것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작 공자가 태백(泰伯)’ 편에서 예에 선다(立于禮)”라고 했고, ‘요왈(堯曰)’ 편에서는 예를 모르면 설 수가 없다(不知禮, 無以立也)”라고 한 것으로 보아, 그가 세웠다고 하는 것이 예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공자는 서른의 나이가 되어서 예를 알게 됐고 자신의 인생관을 비로소 세우게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공자는 B.C.523년에 나이 28세 때 당시 국립도서관에 해당하는 궁중 수장실(守藏室)의 사관으로서 박학다식해 예와 음악의 연원은 물론 도덕의 요체에 대해 밝다고 알려진 노자(老子)를 찾아가 예에 관해서 물었다는 기록이 있다.

 

()라는 글자를 쪼개 보면 제사 지낸다는 뜻의 보일 시()’, 그릇 위에 풍성하게 예물을 바쳐든 모양인 ()’, 그리고 제사상의 그릇을 나타내는 ()’자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래는 제단에 제기를 놓고 그 위에 풍성하게 제물을 쌓은 다음 신에게 제사를 올린다는 뜻이었다. 이후로 예는 일상에서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예법 혹은 윗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나 말씨 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여 왔다. 다시 말해서, 예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 사회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질서의식과도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이치를 공자는 나이 서른의 즈음에 깨닫고 자신의 정치 이상으로 세웠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先)자는 ‘앞서 간다’는 뜻으로서 선생(先生)은 앞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과거에는 사회에서 존중을 받았지만, 오늘날은 앞서 태어났다는 것만을 가지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 漢字演變五百例 참조>
이러한 공자의 예 의식에 깊은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질서의식의 기준을 나이로 가름할 만큼 일단 나이가 많으면 우선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다. 길에서 우연히 어깨를 부딪쳐 말다툼하다가도 너 몇 살인데 예의 없이 대드느냐?”라는 말을 흔히 할 만큼 일단 나이가 많으면 뭘 하든 우위에 서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오늘날에도 선생(先生)은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선생은 말뜻 그대로 보자면 그저 먼저 태어났다라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아주 먼 옛날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만 했던 우리네 사회에서는 모를 언제 내야 하는지, 모를 언제 논에 옮겨야 하는지, 병충해는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추수를 언제 해야 하는지 등에 관련한 모든 지식을 오래 살아서 경험이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얻어들어야 했기 때문에 나이가 적은 이들은 마땅히 나이 많은 이들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목사회의 노인들도 말과 양을 기르고 살아가는 지혜가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 뛰어났겠지만, 한곳에 정착하면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 했던 농경사회만큼 존중받지는 못했다. 이처럼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해 무조건 존중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新羅本紀)’에는 신라의 제2대 왕인 남해왕이 죽기 전에 아들인 유리(儒理)와 사위인 탈해(脫解) 가운데 나이가 많은 자가 왕위를 잇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성스럽고 지혜로우며 이빨이 많다고 해 떡을 깨물어서 누가 이빨이 많은지를 알아보았고, 결국 이빨이 많은 유리가 왕위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일화는 우리 사회가 나이 많은 사람은 지혜로우니 나라의 지도자 자리에 오를 만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역사의 한 사례로 보인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제 농경사회도 아니고 단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지혜가 있다고 할 수만은 없는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많은 기성세대들이 오랜 세월 동안 묵혀서 쌓은 지혜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30대 당 대표의 선출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달라지는 시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젊은 일꾼들이 앞장서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쪼록 젖내 나는 애송이가 뭘 안다고 정치 전면에 나서서 우리나라 정치를 망치느냐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기를 바란다(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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