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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밝히듯이, 사법처리는 공정하고 명백했는가

“법의 집행은 오로지 밝아야 다들 믿을 수 있을 것이오(維明能信)” 

기사입력2021-07-24 10:00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여당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기 위한 1차 후보경선을 마친 상태인데, 야권에서는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되는 유력주자가 지금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검사와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당에서는 나라의 주요 업무에 대해 조사하거나 심사해 결정하는 사정기관인 검찰의 최고책임자가 사직을 하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바로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려는 것이나, 국가의 세입과 세출의 결산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주된 임무로 하는 감사기관인 감사원의 최고책임자가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야당에 입당해 후보 경선에 뛰어든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시와 문장을 잘 짓고 공자와 맹자가 의리를 중시하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유가사상의 이념에 투철했던, 이른바 인문학자들이 과거시험을 통해서 선발돼 정치를 했던 것에 비하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긴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중요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작가나 인간 삶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하는 일을 하는 철학자가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순임금이 “법의 집행은 오로지 밝아야 다들 믿을 수 있을 것이오(維明能信)”라고 한 것처럼, 사법처리의 기준이 밝아야 한다는 뜻인 ‘명(明)’을 들었다. 사법처리는 사사로움이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뜻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고 보니까 지금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이고, 이번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나선 여당과 야당 인사들은 물론 현재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을 맡아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비롯해서 우리 사회에서 행세 좀 한다고 하는 이들 가운데 검사, 판사, 변호사 출신이 꽤 많다. 그런데 이들 법조계 직업군의 명칭을 대체로 ‘~라고 일컫지만, 검사(檢事), 판사(判事), 변호사(辯護士)라는 직종에서 ‘~의 쓰임이 다르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사법관이라고 하지만, 글자를 풀이하면 어떤 일[]을 단속한다[]는 뜻일 뿐이지,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판사 역시 각급 법원의 법관을 일컫지만, 글자를 풀이하면 어떤 일[]을 판단한다[]는 뜻일 뿐이지, 역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본디 검사와 판사라는 말이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것으로 그저 어떤 일을 단속하고 판단한다는 뜻일 뿐이었는데,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직종으로도 함께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그에 비해 변호사는 피고를 법률적으로 변론해[] 지켜주는[] 업무에 종사하는 선비[]라는 뜻이니, 검사나 판사라고 일컫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일정한 직종의 하나로 인정하고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비 사(士)’자는 갑골문자(甲骨文字)에서 도끼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때 도끼는 권력을 상징하며, 임금의 권력을 대행하는 자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 漢字演變五百例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사()가 고려시대에는 과거시험에서 제술과(製述科)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던 칭호였다가, 조선시대에는 과거의 예비시험인 소과(小科)의 복시에 합격한 사람에게 준 칭호로 변하는 등 시대마다 조금씩 뜻을 다르게 썼다. 하지만 오늘날 사()선비 사라고 읽고 새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긴 오늘날 검사, 판사, 변호사 이외에도 회계사(會計士), 세무사(稅務士), 법무사(法務士) 등과 같은 이들은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해야만 오를 수 있는 직종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자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선비라는 의미로 새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본디 ()자의 글자 뜻은 갑골문자(甲骨文字)에서 도끼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마치 임금 왕()자와 닮은 것으로 사()는 임금의 권력을 대행하는 자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는 ()자에서 중간 가로획이 없이 ()’자처럼 그려져 있는 것도 있는데, 이것이 마치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고 보아 사()남자라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남자가 군대에 나가 병사(兵士)가 되고, 남자가 공부를 해 과거시험에 나아가 진사(進士)가 되고, 임금의 권력을 대신하는 권력을 가지니, ()자를 도끼와 남자라는 두 가지의 해석 모두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서, ()임금이 당시 법리(法理)에 통달해 법을 세워 형벌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제도를 만든 고요(皐陶)라는 신하에게 오랑캐들이 침략해 오고 도적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니 그대가 사()를 맡아 다섯 가지 형벌로 굴복시키시오. 법의 집행은 오로지 밝아야 다들 믿을 수 있을 것이오(蠻夷猾夏, 寇賊姦軌, 汝作士, 五刑有服. 維明能信)”라고 했으니, 순임금이 살았던 약 2500년 전에 사()는 외적이나 죄인들을 처단하는 사법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갑골문자(甲骨文字)에서 ‘임금 왕(王)’자는 권력을 상징하는 도끼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흔히 王(왕)자에서 가로획이 하늘, 사람, 땅 즉, 삼재(三才)이고 세로획이 삼재를 아우르는 것이 왕의 역할이라는 풀이는 후대에 왜곡된 것이다.<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 漢字演變五百例 참조>
순임금 시절에는 사()가 오늘날 범법자들을 대신 변호하는 변호사라기보다는 외적이나 범죄자들에게 법을 집행하는 직종인 검사나 판사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 사()는 임금의 권력을 대신해 법률을 총괄하는 직책이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순임금이 고요에게 사()로 임명해 죄인들을 다스리라고 하면서 법의 집행은 오로지 밝아야 다들 믿을 수 있을 것이오(維明能信)”라고 한 것처럼, 사법처리의 기준이 밝아야 한다는 뜻인 ()’을 들었다. 마치 낮에 가장 맑은 해[]와 밤에 가장 밝은 달[]처럼 세상을 환히 밝히듯이[], 사법처리는 사사로움이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작 무엇이 사사로움 없이 공정한 것인지 어떻게 판결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진영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알려진 검사와 판사 출신 두 후보자가 가장 공정해야 할 자리를 사사로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나, 얼마 전 지난 수년 동안 끌어왔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난 것을 두고, 정계에서는 여야로 진영이 나뉘어 옳으니 그르니 하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제 그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으로 남은 것이 아닌가 싶다. 공정하고 명백한 판단을 위해서 우리 국민은 사사로움이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냉철한 지성을 잘 추슬려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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