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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스마트공장 수준진단…정답 없는데

사용자에게 방향을 정해주고 안내하는 것이 목표다 

기사입력2021-08-10 10:07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우리 회사의 스마트공장 수준은 어떻게 보아야 하지요?”

 

A사는 현재 공장 내부에 두 개의 주력공정을 가지고 있다. 첫 공정은 플라스틱 사출공정이고 둘째 공정은 사출된 부품과 외부에서 공급되는 부품들로 조립하는 공정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 사출공정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을 벌였다. 그리고 만든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A사는 올해에는 조립공정에서도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적용하기로 했다. 조립공정은 자동화공정도 있기는 하지만 조립 전체과정에서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공정이 꽤 많다. 또 이런 조립공정에서 생산정보 집계도 수작업으로 처리된다. 쉽게 말해, 손으로 데이터를 적고, 나중에 이 데이터를 필요한 시스템에 입력하는 수준이다. 스마트공장 수준진단에서 말하는 소위 기초 수준이다. 디지털 시스템 즉, 기초적인 소프트웨어는 사용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집계하는 일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어서 기초라고 부르는 것이다.

 

A사는 사출공정에서는 ERP 시스템도 설치했고 데이터입력도 바코드나, 바코드 리더, 스크린을 통한 직접 입력과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출 전체 공정과 설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담당자의 PC나 대형 모니터에 보여 줄 수 있다. A사의 사출공정은 중간1’ 수준에 이미 이르고 있다.

 

이런 개념적 기준에 맞춰 A사는 스마트공장 추진을 위한 정부 사업신청서에 자신들의 공장 수준을 중간1’이라 기재했다. 사출공정 수준이 그러하니 그렇게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새로 추진할 조립공정도 이런 수준인 중간1’ 수준으로 추진한다고 목표를 적었다. 이렇게 되면 이 회사는 사업 전의 수준이 중간1’이고, 사업 후의 수준도 중간1’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신청을 해도 정부사업 지원 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스마트공장 수준진단은 ‘시험 문항에서 정답을 찾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용자에게 방향을 정해주고 그들에게 바른 길로 들어서도록 안내하는 것이 목표다. 그들에게 기초, 중간1, 중간2, 또는 1.5점, 2.3점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부기관 담당자의 논리로는 이 회사의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정부기관의 스마트공장 지원담당자의 생각은 같은 수준으로 동일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지원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안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논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논리가 사실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사업 신청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현장에 서면 이런 논리가 얼마나 기업의 현실과 다른지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신청은 반려하면 안된다고 본다.

 

필자는 정부 산하단체 담당자들의 고단함과 그 수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또 이런 작은 사례를 가지고 그들 전체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간 자주 등장하는 책상 위에서만 일하는 탁상행정, 사고 경직성도 일일이 따지고 싶진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지적해서 이를 다시 추가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런 식으로 담당자가 유연하지 않게 대응하면 정부 지원사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자 관점이라 불리거나, ‘정책자 관점이란 오명을 쓸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실은 그들도 추진기업을 실제로 돕고 싶어할 것이다. 이런 사업의 수혜자인 추진기업이 비합리적 논리와 오락가락하는 담당자의 말에 일희일비하면 곤란하다. 추진기업은 이 순간에도 살아남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을 돕고자 한다면 유연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사실 스마트공장 수준진단은 누구도 제대로 정확히 판단하고 판정할 수도 없다. 판정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기준이 모호하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수준진단 기준이 현재의 모습이다. 이를 놓고 칼로 무를 자르고 자로 재듯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스마트공장 수준진단은 시험 문항에서 정답을 찾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용자에게 방향을 정해주고 그들에게 바른 길로 들어서도록 안내하는 것이 목표다. 그들에게 기초, 중간1, 중간2, 또는 1.5, 2.3점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이런 제도의 존재 이유, 지원기관의 입장이나 예산관리의 엄격성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을 보지 않고 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봐선 안된다. 수준진단에는 정답이 없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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