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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하문(不恥下問)·순우추요(詢于芻蕘) 되새겨야

대통령 후보, 혼자 나랏일 다 할 것처럼 보이는 행태 안타깝다 

기사입력2021-08-23 09:52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벌써 1년 반 넘게 온 세상이 코로나로 고통을 겪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과학문명이 제아무리 발달했다고 하지만, 눈에 뜨이지도 않아서 하찮아 보이는 바이러스가 이처럼 활개를 치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데도 마스크를 쓰는 것 말고는 별다른 예방책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연말에 백신이 개발됐는데, 각 나라마다 백신을 구매하고 접종하느라 또 난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의 접종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다가, 코로나 감염이 급증하자 정부가 코로나 백신 수급에 너무 안일하지 않았느냐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백신이 수입되는 대로 나이별로 예약을 받아 접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델타라는 놈으로 변형돼 나타나 역시 온 세상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자(孔子)는 어려도 어떤 일에 전문가라면 얼마든지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시경(詩經)에서는 꼴을 베거나 땔나무를 패는 일은 꼴꾼과 나무꾼에게 묻는다는 의미에서 ‘순우추요(詢于芻蕘)’라고 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모더나, 화이자, 얀센 등 대부분의 백신이 미국 제약회사 제품이다 보니, 미국에서는 대체로 나이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백신이 수입되는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까 부득이하게 나이별로 예약을 받아 접종을 받는 형편이다.

 

그런데 요사이 코로나 4차 유행이 확대돼 매일같이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미 접종을 완료한 고령층보다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서 확진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사회활동이 많아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이 많은 젊은이에게 백신 접종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는 미미한 것 같다.

 

하긴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미국과 달리, 나이가 많은 어르신을 받들어야 한다는 공경심이 강한 우리나라 전통에서 고령층이 백신 접종을 먼저 해야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듯하다(물론 고령층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지만). 외람되게도 고령층은 생산능력이 없으니 지금 사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를 잘 받들어야 한다는 효()나 나이가 많은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남아 있다.

 

‘긴 장(長)’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다. 오랜 세월을 살아 지식과 경험을 갖춰 지혜로워서 그 사회의 우두머리인 ‘~ 장(長)’이 된다는 의미로도 확대됐다. <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漢字演變五百例 참조>
긴 장()’자가 형용사로는 길다’ ‘오래다라는 뜻이고, 동사로는 성장(成長)하다라는 뜻이고, 명사로는 사장(社長)’, ‘교장(校長)’과 같이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는 것에서도 보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살아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체로 한 집단의 우두머리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먼저 태어났다는 것이 오래 살았다는 뜻을 가진 선생(先生)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존중의 대상으로 받들었던 이유는, 아주 먼 옛날 농경민족으로 정착해 살아가면서 농사지어 먹고 살아가는 방법을 오랜 세월 동안 터득한 나이 많은 이들을 자연스레 공경해야만 했던 데에서 비롯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직업을 나타내는 말로 기사(技士), 변호사(辯護士), 운전사(運轉士) 등에게는 공부한 사람이라는 뜻의 선비 사()’자를 붙이는 데 비해 생명을 다루는 직종인 의사(醫師)나 간호사(看護師)는 물론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인 교사(敎師)에게는 선생이라는 뜻을 가진 스승 사()’자를 붙여서 일컫는 것 역시 선생을 존중하는 우리 전통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농경사회가 아니니 연륜만을 앞세우는 고집을 부리는 것은 이제는 시대착오라고 할 수 있다.

 

‘늙을 로(老)’자는 머리카락도 별로 없고 등이 굽은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아 경험과 지식을 갖추었다고 해서 노인을 존중하는 전통이 강하다. <자료제공=문승용 박사, 출처=漢字演變五百例 참조>
()대 한유(韓愈)는 사설(師說)이라는 글에서 선생의 자격에 대해 말하기를, “나보다 늦게 태어났더라도 그가 도를 깨우쳤다면 역시 그를 스승으로 삼아 배울 것이니,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生乎吾後, 其聞道也, 亦先乎吾, 吾從而師之, 吾師道也)”라고 했던 것처럼, 단지 신분이 귀하다거나 먼저 태어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려고 한 이들을 비판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나이가 어려도 어떤 일에 전문가라면 그에게 물어 얼마든지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다.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판()편에서는 꼴을 베거나 땔나무를 패는 일은 꼴꾼과 나무꾼에게 묻는다는 의미에서 순우추요(詢于芻蕘)’라고 했듯이, 나랏일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그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각각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의 최고지도자는 그때그때 관련된 일의 전문가를 잘 기용해 물어서 정책을 시행하고, 국민에게는 미래 비전을 보여 주며 공명정대하게 정책을 밀고 나아가는 지도력을 갖추면 될 것이다.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경선토론회 안팎에서 마치 나랏일을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온갖 공약을 쏟아내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어떻게든 상대방을 흠집 내어 끌어내려서 자신을 돋보이려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아무쪼록 여야의 후보들은 불치하문(不恥下問)과 순우추요(詢于芻蕘)의 교훈을 통해서 최고지도자로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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