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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다 기업 이윤이 앞서는 법제도는 안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숨겨둔 ‘기업 봐주기’ 

기사입력2021-08-24 10:47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으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라는 커다란 사각지대를 둔 채 법안이 통과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1월 시행에 앞서, 지난 7월 입법예고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법 취지를 후퇴시키고, 여전히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행령을 보며, 정부가 사각지대가 많은 법의 부족함을 채우는 대신, 더 많은 구멍을 만들어 기업의 책임 회피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중대재해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이하 직업재해네트워크)’는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위임한 입법 한계를 벗어나 법의 실효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며,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행령안에서 노출된 문제 조항을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우선 직업성 질병 기준을 산재재해보상보험법별표3에 규정된 업무상 질병 중에서 급성중독 위주의 일부 항목으로만 과도하게 축소하고, 과로사의 주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직업성 질병 목록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한 시행령안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 인력과 예산 확보 내용이 제외돼 있어, 21조 작업 등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 예산과 예산 확보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행령안은 안전보건 점검 업무는 외부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회피하고 안전보건 관리상의 조치를 외주화 할 가능성도 있어, 안전보건 관리를 외주화하는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중대시민재해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중 이용시설 범위를 확대할 것과, 모든 원료제조물을 대상으로 법을 적용하고, 소상공인 적용 제외조항 삭제도 의견서에 담겼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직업재해네트워크 공동대표)한해에 추락사가 500명이라면, 과로사도 500이라며, 과로 관련 뇌심혈관 질환 등 주요 직업성 질병을 중대재해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남은 인생을 긴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직업병 생존자의 피해보다 사고로 인한 부상의 피해가 더 중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 일부에서는 직업성 질병에 대해 사업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1년에 3명 이상 동일한 직업병이 발생한다는 매우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2014년의 경우 9개의 사업장에서 2015년에는 4개의 사업장에서 1년에 3명 이상 동일한 직업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주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안전의무는 택배노동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근로조건을 확보하고, 청년노동자 7명이 실명됐던 매탄올 중독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폭염에 고강도의 업무로 노동자를 내몰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예방가능한 문제를 방치한 기업에 대해 유죄가 입증된 경우 최대 징역 7년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이를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목숨 값은 중하지 않은 것인가, 또 대기업이 행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용인하고, 직업병·과로사에 대한 책임까지 회사가 져줄 필요는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이 앞서는 법제도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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