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2/01/24(월) 00:01 편집
스마트복지포털

주요메뉴

스마트CFO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유권자는 대선 후보자의 ‘교언영색’에 속지 말자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말을 꾸미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은 공자 

기사입력2022-01-13 10:0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공자로부터 아들, 손자까지 3대에 걸쳐서 아내를 내쫓았다고 해서 ‘3대 출처(出妻)’라는 말이 생겼다.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아무리 흔해졌다고 해도 공자와 같이 성인(聖人)으로 추대받는 인물의 집안에서 3대에 걸쳐 남편이 아내를 내쫓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의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 달리 남존여비 인식이 팽배했던 시대라는 점을 고려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라 문제(文帝) 때 한영(韓嬰)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맹자가 아내를 내쫓으려 하였다(孟子欲休妻)”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맹자가 방에 들어가려 하는데 아내가 방에 다소곳이 앉아 있지 않고 예의 없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고 해서 맹자가 아내를 내쫓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맹자 어머니는 인기척을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던 맹자가 예의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며, 도리어 맹자를 꾸짖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을 보더라도 맹자가 살았던 시대 역시 남편이 아내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만 해도 내쫓을 수 있었던 때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자가 아내를 내쫓았다는 의미에서 출처(出妻)’라고 했던 것이나, 맹자가 아내의 자격을 정지시킨다는 의미에서 쉴 휴()’자를 써서 휴처(休妻)’라고 했던 것을 보더라도 모두 남편이 주도적으로 부부관계를 끝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시에는 부부의 이혼에 있어서 여자에게 별다른 의견이나 대항할 만한 힘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공자가 아내를 내쫓은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한 기록은 없다. ()나라 때 지어진 대대례기(大戴禮記)’에는 예로부터 남편이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 항목은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음란한 행위, 질투, 나쁜 질병, 말이 많은 것,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모두 7가지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자면, 이 항목들이 과연 아내를 내쫓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싶은데, 칠거지악은 명()나라 대명률(大明律)’에도 기재돼 있고 조선시대 말기까지 우리나라 가정사에 깊숙하게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 아내를 내쫓은 사유는 아내가 말이 많았던 것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기는 하다. 아무리 공자의 시대에 남존여비의 차별의식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말이 많다고 해서 아내를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그렇다면 공자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그다지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일까?

 

“공자가 세상을 작다고 여긴 곳(孔子小天下處)”이라는 뜻의 비석이 태산(泰山) 정상 부근에 있다. 어진 정치를 펴고자 세상을 떠돌던 공자가 제자와 함께 태산에 올라 산 아래를 둘러보고 세상 밖으로 초연하고자 했던 그의 기개가 나타나 있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실제로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에서 글은 말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생각을 다 표현할 수 없다(書不盡言, 言不盡意)”라고 해, 본디 공자의 유가에서는 말과 글이 온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논어 학이편에서 교묘한 말과 곱게 꾸민 얼굴빛에는 어짊이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라고 했는데, 교언(巧言)의 교()자는 솜씨나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라는 뜻이고, 영색(令色)의 영()자는 예쁘다는 뜻으로 역시 교묘하게 꾸며 듣기 좋은 말과 곱게 보이려는 얼굴 낯은 어질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위령공(衛靈公)에서는 교묘한 말은 덕을 어지럽힌다(巧言亂德)”라고까지 했다. 이처럼 공자는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말을 꾸미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교언영색을 교묘하게 꾸민 말과 곱게 보이려는 얼굴 낯이라 해 부정적으로 풀이하기는 했지만, 한편 교언이란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잘 다듬은 말이라고 할 수 있고, 영색 역시 가능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고운 표정을 짓는다는 뜻으로 본다면, 오늘날과 같이 자신을 잘 드러내야 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교언영색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자는 위령공편에서 말이란 자기 생각을 전달할 뿐이다(辭達而已矣)”라고 해, 역시 말이란 꾸며서는 안 되고 자기 뜻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자가 말을 꾸며서 하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말을 주고받을 만한 상대가 없이 외롭게 지내느라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공자의 시대가 분란이 심하던 춘추시대이다 보니 한마디 말을 잘못하면 큰 화근이 되는 일이 많아서 말하는 것을 늘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기법을 통해서 평생토록 수많은 학생을 키웠고, 늘그막에는 13년 동안 자신의 정치사상을 펼 기회를 얻기 위해 전국을 돌며 유세를 다녔던 공자가 어찌 말해야 각 제후국의 군주가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줄 것인지를 궁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다만 공자가 리인(里仁) 편에서 군자는 말하는 것은 어눌하고자 하고, 행동은 민첩하고자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라고 말했던 것처럼, 군자라면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이미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아야 한다. 당시 공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군주에게 자신의 정치사상을 설파했던 이들 대부분이 온갖 사탕발림의 말로 군주의 비위를 맞춰 환심을 사서 벼슬자리를 꿰차려고 했지만, 공자는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워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서 말하기에 신중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여당과 야당 후보들의 선거전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여느 때의 선거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선거 운동에서도 여야의 후보들은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런저런 공약을 쏟아내며 자신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목청을 한껏 돋우고 있다. 오직 당선만을 위해 교언영색을 남발하는 후보를 가려내야 하는 책임이 이제 유권자의 몫이라고 하겠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스마트에듀센터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부동산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예술별자리
  • 개인회생
  • 무역물류
  • 스마트공장
  • 민생희망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노동법
  • 신경제
  • CSR·ESG
  • 정치경제학
  • 빌딩이야기
  • 글로벌탐험
  • 가맹거래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