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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존경과 신뢰에서 조롱·멸시의 대상, 사법부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단죄…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

기사입력2018-06-02 05:49

김명수 대법원장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접한 순간 비참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면서도 “최종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건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각계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별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판결로 청와대와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5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와) 사전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 돌출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했다. 당시 대통령 박근혜에게 상고법원을 받기위해 청와대 국정운영기조 맞춤형 판결로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조사단이 확인한 ‘재판거래’ 리스트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이석기·원세훈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통상임금·키코 사건 등) ▲노동개혁(KTX승무원·콜트콜텍·쌍용차정리해고 사건 등) ▲교육개혁(전교조 사건 등)이 나열돼 있다.

 

‘KTX 승무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노동자투쟁이 10년이상 이어진 사례다. 코레일은 2004년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승무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했음에도, 자회사에 고용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들 승무원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350여명중 280여명이 해고됐고, 노조원 34명이 남아 불법파견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2015년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로 승무원은 20대 젊음을 잃었고, 부당이익반환금으로 1인당 1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1심 승소후 승무원들이 4년간 받았던 임금 8640만원에 법정이자를 더한 돈이다. 올해 원금 5%인 432만원씩 반환하는 것으로 해결을 봤지만, 이미 한 승무원은 세살 딸 앞에 유서를 남기고 떠난 뒤였다. 아이는 이제 6살이다.

 

지난 4월 한 토론회에서 장기노사분규 사례로 KTX 승무원이 소개됐다. 이전에 KTX 승무원을 취재한 적이 없어 승무원의 죽음을 기사에 옮기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다른 사례 두 건을 기사에 실었고, 공교롭게도 그중 하나는 재판거래 리스트에 KTX 승무원과 나란히 선 콜트콜텍이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은 2016년 대법원이 정리해고 유효 판결을 내린 뒤에도 천막농성과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가 야합한 재판은 KTX 승무원과 콜트콜텍 해고자의 지난한 투쟁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잇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소하고 나섰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제 조사가 아닌 수사대상이 돼야 온당하다. 그런데 어째 검찰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있는 폼이 어정쩡하다. 법원내부를 수사해야 하는 만큼, 대법원이 수사의뢰 또는 고발을 하기 전에 수사를 펼치는게 부담스런 눈치다. 

 

사법농단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권력분립) 정신을 훼손하며 국기를 흔든 초유의 사태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고, 정의를 수호할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다. 그럼에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은 KTX 승무원과 콜트콜텍 해고자 등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에 대해 대법원은 정의란 이름으로 구제하기는커녕 또한번 죽였다. 

 

나아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리사욕 때문에 법원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아닌 조롱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 관련자 모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엄중한 단죄, 무너진 정의를 복권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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