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8/12/10(월) 18:35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칼럼

민간→국가주도 사회서비스 전환…성공요건?

민간업체와 공정한 경쟁·교류 통해 오랜 기간 축적한 민간역량을 수용해야 

기사입력2018-05-14 14:37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5월4일,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골자로 하는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3월6일부터 격주 간격으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위해 ‘사회서비스 포럼’을 개최했던 정책방향과 흐름을 같이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입법발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 명칭이 ‘공단’이든 ‘진흥원’ 또는 ‘원’이라고 부르든 관계없이, 이제까지 민간이 주도해온 사회서비스를 국가에서 주도하기 위해 정부(지자체)에서 설립하는 기구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2019년에는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시범사업에 착수하겠다며 정책실현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표명은 보육·노인요양·장애인활동지원 등 사회서비스 제공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것과 그 책임을 수행할 전담기구 설립을 천명한 것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왕조시대에도 환과고독(鰥寡孤獨)을 잘 보살피는 것이 왕도정치의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시대에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꼭 홀아비(鰥)·과부(寡)·고아(孤)·독거노인(獨)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시대가 변하고 가족구성도 변했으니,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뿐만 아니라 우선순위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일을 민간에만 맡겨놓는게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기본 의무인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일, 사회서비스를 민간에게 맡겨왔습니다. 1990년 3월,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일을 나간 사이, 다섯살과 세살의 어린 남매가 불에 타 숨진 사건을 아시나요? 어머니는 파출부 일을 나가며 어린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위험할까봐, 어쩔 수 없이 방안에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놓고 방문을 밖에서 잠글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처참한 사건은 가수 정태춘에 의해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기도 했지요. 노래제목처럼 이 어린 남매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우리들의 죽음’이었습니다.

당시 어린 남매의 죽음이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공론이 일어 1991년 1월에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취학 전 어린이를 돌보는 영유아보육시설, 어린이집이 생겨나게 됩니다. 보육교사라는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부터이지요. 하지만 영유아보육법에서는 국가의 의무중 ‘보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비용부담의 의무만 강조했을뿐 그 시행은 민간에 맡겨놓았습니다. 

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노인부양의 어려움이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되면서,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 노인돌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가사간병방문지원 등 각종 사회서비스제도를 규정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과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었습니다.

보육, 노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보살핌의 대상과 시행시기, 재원 등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제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공공영역의 제도지만 시행은 민간에 맡겨놓았다는 점입니다. 국가는 재원조달 방법을 정하고 관리감독권만 행사할뿐, 그 시행은 거의 전부 민간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사회서비스를 민간이 시행했다고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를 민간이 주도하여 시행하면서 이루어낸 가장 큰 성과는 제도의 급격한 확대였습니다. 영유아보육법의 시행과 함께 보육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이 급속히 성장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시행한지 1년도 못 되어 공급포화 현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소한의 재원으로 최대의 양을 단시일에 제공할 수 있게 된 급속한 성장은, 민간 사회서비스 제공업체가 주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민간업체 입장에선 이제와서 과도한 경쟁구조로 서비스 제공인력의 처우개선에 한계가 있고, 지나친 경쟁으로 서비스 질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정부의 평가가 억울할 것입니다. 더구나 국가(지자체)에서 사회서비스(진흥)원을 설립하여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게 되면, 민간업체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클 것입니다.

사회서비스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와 장애인, 노인, 산모 및 신생아 등 사회서비스 이용자들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서비스 질을 높이고, 그것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에는 반대입장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만으로 양적 성장과 질적 향상을 담보하지는 못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사회서비스 비용을 수년째 동결해왔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올해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인상만 하였습니다. 이러한 저비용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서비스 제공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하는건 어려울 것입니다.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건실한 민간업체와의 공정한 경쟁과 교류를 통해 오랜 기간 축적한 민간의 역량을 수용해야합니다. 만약에 공공기관의 비용만 차별적으로 높이고 민간에게는 저비용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주도하려한다면, 민간의 협력을 얻을 최소한의 명분도 잃고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왕에 정부에서 사회서비스 제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수행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하기 바랍니다. 제도개선과 공정성 확보없이 어설프게 추진하다, 이도저도 아니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