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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막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인데

환산보증금 등 법률용어 어려워…권리 찾아야 할 상가세입자 잘 몰라 

기사입력2019-03-04 05:00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최근 최저임금 인상 및 월세와 보증금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여러 어려움을 듣고자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만을 초청해 대화하는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하는데, 청와대도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공약한 바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간단하게 월세가 올라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을 일컫는다. 세입자가 장사를 잘해서 상권이 발전하고 거리가 붐비기 시작하면,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높은 폭의 월세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는 결국 다른 골목으로 떠나게 되는 것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서울의 경우 홍대를 시작으로 삼청동, 북촌, 가로수길, 연남동, 경리단길 등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상가와 관련된 소송을 많이 하다 보니 상가임대차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만 잘 다듬으면 충분히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애초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고 만든 법이다. 헌법재판소는 상가건물의 임대차에서 고액의 임대료 인상, 임대차기간의 불안정, 보증금의 미반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가임차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입법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헌법재판소 2014. 3.27. 결정 2013헌바198 참조).

 

그런데 입법목적과는 달리,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월세인상을 강력하게 제한하지도 못했으며, 임대차기간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아 세입자가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애초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고 만든 법인데, 서울의 경우 홍대를 시작으로 삼청동, 북촌, 가로수길, 연남동, 경리단길 등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된 서울 북촌로5길 모습.<사진=뉴시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우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가장 큰 문제점부터 지적을 해보자.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법률용어는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용어가 많아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법은 일반법보다 더 어렵다. ‘환산보증금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만들어서 누구는 법의 적용을 받고 누구는 받지 않고’, ‘일부 조항의 적용은 받는데 일부 조항의 적용은 받지 않는다는 식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환산보증금은 월세를 보증금의 형태로 전환한 금액이다. 그 계산식은 보증금+(월세×100)’이다. 계산하는 과정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계산을 다 해놓고도 다시 어떤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 안 받는지 확인해야하니 법률전문가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상가세입자가 이 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번에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 액수를 대폭 인상해 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취지는 환영할 만하지만, 상가세입자들이 환산보증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액수만 늘려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담을 해보면, 절반에 가까운 상가세입자들은 환산보증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다. 상가세입자들이 법전만 펼쳐도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환산보증금부터 없애야 한다.

 

법 문장은 일반 국민이 쉽게 읽고 이해해서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 문장은 용어 등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문장 구조도 복잡해 일상적인 언어생활과 거리가 멀다.

 

2013년 소상공인진흥원의 상가건물임대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세입자의 97.6%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실질적 혜택을 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할 정도로 법의 실효성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편이다. 법을 봐도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법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중 어려운 법령 용어를 순화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법 문장으로 바꾼다면, 상가세입자들이 조금 더 쉽게 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가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뿐만 아니라 적어도 대부업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법률 전문가 중심의 법을 원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놓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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