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변명 “똘똘한 직원에게 특허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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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인력부족 변명 “똘똘한 직원에게 특허 맡겨라” 중기 지재권 전담부서 26% 불과…직무발명 ‘적절’ 보상도 중요

기사입력2015-07-09 00:00

“어느 날 갑자기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오고 소송에 휘말립니다. 폐업한 다음에야 대비가 필요했다며 후회하는 기업인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중소기업들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특허를 가장 똘똘한 직원에게 맡기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 특허데이터를 각국 특허청으로부터 제공받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기업 ‘윕스’ 김종택 상무의 말이다.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지식재산 전담 인력은 반드시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허청 심사관 출신인 김 상무는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7일 주최한 지재권 관련 교육에 참석해 “회사 내부에 지재권 전담인력을 두고 관련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 꾸준히 보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쟁사 및 관련회사들이 최근 어떤 특허를 내는지 모니터링하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을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지식재산 관련 인력은 허술한 실정이다. 최근 특허청이 지재권 분쟁 경험이 있는 수출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재권 전담부서가 있는 기업은 평균 32.7%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전체의 57.1%가 지재권 전담부서를 갖추고 있었으나 중견기업은 50%, 중소기업은 26.3%밖에 안 됐다. 전체 기업의 지재권 담당인력은 평균 2명이었고, 이중 전담인력은 0.9명에 불과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식재산 전담인력만 400명, LG전자는 250명이다. 물론 중소기업이 이만큼의 인력을 갖출 수는 없으나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재권 전담인력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지재권 침해 경고장을 받을 경우 올바로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직원들의 지식재산권 발명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중요하다고 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붕괴되며 회사와 직원간의 발명 소유권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간의 지식재산권 분쟁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삼성전자의 천지인 사건이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자판인 천지인을 개발한 조모씨는 회사가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회사 자원이 투입된 직무발명으로 봐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으나 이후 특허법원은 조씨의 특허권을 인정해줬다. 천지인 특허권을 인정받은 조씨는 이후 아이폰에서도 천지인 입력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1993년 니치아화학 근무 시절 청색 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한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발명에 대한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측에 소송을 제기해 8억4000만엔을 받아냈다.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이 발명으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사진=위키미디어>

일본에서는 핵심기술을 발명한 직원이 회사로부터 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다. 청색 발광다이오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3년 니치아화학에 근무하던 시절 청색 발광다이오드를 발명,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그가 발명한 대가로 받은 돈은 2만엔. 회사의 처우가 합당하지 않다고 느낀 그는 회사 측에 200억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결국 니치아화학은 나카무라 슈지에게 8억4000만엔을 보상해줘야 했다.

이처럼 기업이 ‘우리 사이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종택 윕스 상무는 “예전에는 판사들이 기업의 손을 들어줬을지 모르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직원들이 직무 과정에서 발생한 발명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액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자체적인 보상규정이 없다면 발명으로 회사 측이 얻을 이익과 직원의 기여도 등을 고려해 보상액을 산정하면 된다. 정부는 이같은 직무발명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무발명 보상금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면제하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직무발명제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발명진흥회가 운영하는 사이트(employeeinvention.net)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