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근로조건 개선없이 청년실업 해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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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中企 근로조건 개선없이 청년실업 해결없다 대기업 임금 절반인데 눈낮춰 가라고?…비정규직 차별도 없애야

기사입력2015-08-27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26일 국회경제정책포럼이 주최한 ‘노동 양극화:일자리 격차와 노동개혁’ 정책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성토가 이어졌다.

◇중소기업 204만원 vs 대기업 360만원=일부 기성세대들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지원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월간 노동리뷰에 실린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에 따르면 2014년 중소기업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원으로 대기업(359만8000원)의 56.7%에 그쳤다. 2004년에는 59.8%였던 것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금액으로 보자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는 95만7000원에서 10년 만에 155만8000원으로 커졌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임금은 적게 받지만 한 달 중 일하는 날은 더 많았다. 고용노동부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2014년 기준 20.7일이었다. 이를 기업규모별로 나눠서 보면 대기업(500인 이상)은 20.6일, 중소기업(10~299인)은 20.7일, 소기업(5~9인)은 20.9일이었다. 차이가 크지는 않으나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 많이 일한다는 사실은 증명이 된 셈이다.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청년실업 문제도 풀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고려대 경영대학장 김동원 교수는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이들이 일자리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복지 여건을 개선시켜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면 청년실업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비중, OECD 국가 중 4위=비정규직의 문제도 노동시장 양극화의 큰 축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것은 물론이고 퇴직금, 상여금, 유급휴가 등 근로복지 혜택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5.8%로 조사됐다. 정규직이 한 달에 평균 100만원을 받는다면 비정규직은 절반 수준인 55만8000원밖에 못 받는다는 의미다. 2002년만 해도 이 비율은 67.1%였으나 2009년 들어 50%대로 떨어지더니 6년째 55%안팎을 맴돌고 있다.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 근로복지 현황도 판이하게 달랐다. 비정규직 중 퇴직금이 적용되는 근로자는 41.6%에 불과했고 상여금을 받는 근로자는 40.7%, 유급휴가는 32.6%에 불과했다. 정규직의 경우 퇴직금이 83.4%, 상여금이 84.4%, 유급휴가가 73.8%로 월등히 높았다.

OECD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임시직 비율은 높은 편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국제적인 정의는 없지만 유사 개념인 임시직 비율에 대한 통계는 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임시직 비율은 21.7%로 OECD 29개 국가들 중 네 번째로 높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과도하게 노동시장을 유연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동원 교수의 설명이다.

OECD 국가들의 전체 근로자 대비 임시직 비율은 평균 11.4%였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칠레(29.2%), 폴란드(28.4%), 스페인(24%) 세 곳뿐이었고 노르웨이(7.8%), 일본(7.5%), 영국(6.4%) 등은 임시직 비율이 10%에도 못 미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김동원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대거 사용하면 근속기간이 짧아 근로자들이 숙련될 수 없고, 기술이나 지식을 축적하기도 어렵다. 비정규직을 통한 기업의 유연성 확대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결국 후진국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경직된 정규직 중심의 고용보호는 축소하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향상시켜야 한다. 공기업은 정부 주도로 비정규직을 줄이고 민간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로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의) 소비가 위축되면 결국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면서 “사회적으로 보자면 다수의 국민들이 고용불안과 소득불안정을 경험하고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며 계층 간 위화감이 증폭돼 사회 통합이 어려워진다. 지금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