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백화점을 점령한 ‘스토리텔링 감성’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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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파리 백화점을 점령한 ‘스토리텔링 감성’ 문구 디자인회사 (주)칠삼이일디자인 김한 대표

기사입력2015-09-23 06: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어린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시절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담긴 디자인문구가 프랑스 파리의 고급백화점 쁘렝땅(Printemps)에 소개된다. 지난 12년간 한결같이 ‘스토리텔링’과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문구를 만들어 왔던 (주)칠삼이일디자인(이하 7321디자인)이 이번에는 유럽 현지에서 직접 유럽 소비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도 국내를 넘어 아시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칠삼이일디자인 김한 대표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또 그 추억을 간직할 수 있길 바라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동화 속 캐릭터를 주로 활용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특히 어린왕자는 7321디자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은 물론,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의 진실된 관계는 7321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거든요. 이 마음이 전해졌는지 어린왕자 제품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7321디자인 김한 대표가 말하는 이 회사의 미션이자 사업전략인 셈이다.

쫄딱 망했던 첫 사업…아이디어만이 살 길

김 대표는 제일기획 광고디자인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8년간 근무하다가 1998년 지인들과 함께 디자인회사 ‘601 비상’을 설립해 4년간 공동대표로 있었다. 이후 2002년 디자인회사 ‘예스비주얼’을 창업했지만 기대와 달리 제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예스비주얼 공동대표 당시, 강아지 디자인의 달력을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2만개가 팔리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불티나게 팔리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30만권을 더 제작했죠. 그런데 그 뒤로 1만개 더 팔린 것이 전부였어요. 결국 3억원의 빚만 생기고 사옥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지금 홍대에서 유명한 은하수 다방 있죠? 그 곳이 바로 예스비주얼 사옥이 있던 자리입니다. 그렇게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빚을 갚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회사명을 7321디자인으로 바꾸고 집에서 직원 1명과 함께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가 2004년 재기를 꿈꾸며 설립한 7321디자인의 기반을 다져준 제품은 ‘해피머니 캐시북’이었다. 2004년 당시 해피머니 캐시북은 4개월간 무려 2만5000권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0~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이 제품의 인기비결은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제품 속에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는 ARS번호와 함께 1000원짜리 신권을 넣어 뒀다. 소비자들에게 사소할 수 있지만, 뜻 깊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7321디자인의 스테디셀러인 어린왕자 제품

“적은 금액이지만 가슴이 따뜻한 일을 해보자는 의미였죠. 1000원을 그대로 기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0원짜리 하나로도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길 수 있더군요.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교통카드를 두고 온 소비자들은 캐시북에 있는 1000원을 꺼내 쓸 수도 있고요. 이런 경험들을 사용후기로 남기고 서로 공유하면서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게 되는 거죠. 해피머니 캐시북의 활약으로 거래처가 수 십 군데로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인 디자인문구 온라인 판매 사이트인 텐바이텐(10X10)에서 4개월 연속으로 사용후기 1위 제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기존 틀을 깬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도전’

해피머니 캐시북에 이어 출시된 제품들의 성적도 좋았다. 2005년 출시된 앨리스 다이어리는 12만권, 2006년 출시된 오즈의 마법사 다이어리는 14만권이 판매됐다. 이어 2007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어린왕자 다이어리는 지금까지도 7321디자인의 최고 인기상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로 4번째 어린왕자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다.

“앨리스 다이어리는 당시 과감한 도전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다이어리가 240~260쪽이었거든요. 365일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죠. 하루 단위로 작성할 수 있어야 하고, 주간 또는 월간 단위까지 포함해 최소 520여쪽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페이지 수가 늘어나면 무게도 늘어나기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얇은 종이를 찾아 나섰어요. 10~2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던 펜으로 쓰기 적합하면서도 두께가 얇은 종이를 찾기 위해 200가지 종이에 필기 테스트를 해보고, 최적의 종이를 찾아 처음으로 500쪽이 넘는 다이어리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동화적 감성의 작품으로 유명한 해외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론칭한 ‘어바니(urbaney)’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도시(urban)와 여행(journey)을 의미하는 이 브랜드는 식기, 베딩, 리빙 등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며 2016년 라인업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강병인 캘리그래퍼 등을 포함한 25명의 국내작가 그리고 프랑스, 스페인 등 4명의 해외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해외작가로는 프랑스 유명 작가인 나탈리레테와 안나질리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으로 디자인 문구는 물론 카드 지갑, 도시락 가방 등 고급제품까지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우치, 도시락가방, 다이어리 등 7321디자인 제품들

이러한 제품들이 지난해부터 프랑스 파리의 고급백화점인 쁘렝땅(Printemps)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에서 개최된 해외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쁘렝땅 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디자인 회사는 7321디자인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 백화점에 입점한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진출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최소 4년 동안 현지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어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지만 4년 넘게 망하지 않고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 우리 제품을 눈여겨 봐 왔던 현지 브로커가 찾아와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내년에는 파리의 라파에트(Lafayette) 백화점에도 입점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 모여 ‘10년내 유망회사 10곳 키워 세계 10위권 진입’

7321디자인은 해외마케팅을 위해 정부에서 참가비 등을 지원해주는 해외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게 비용 지원은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회는 대부분 한국기업들이 모여 있는 공동관(국가관) 형태로 참가하게 되는데, 부스의 규모나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관으로 참가하면 부스가 작고 제대로 꾸미기 힘들어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기 힘듭니다. 중소기업한테 가장 효율적인 해외마케팅이 정부 지원 해외전시회다 보니 열심히 참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큽니다. 또 아무리 고품질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해외 소비자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어렵고요. 이를 위해 동종업계 중소기업끼리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50개 이상의 국내 디자인기업들이 모여서 한국생활산업디자인기업협회를 설립해 산업부에 등록을 마쳤습니다. 협회의 목표는 ‘텐텐텐’ 입니다. 10년 안에 최소 10개의 유망 디자인회사를 키워 전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향후 2년간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협회는 앞으로 정부의 지원 등을 적극 활용하고, 공동브랜드인 ‘klida(끌리다)’를 만들어 해외전시회에 함께 참가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면 직접 망치를 들고 부스를 만들고 꾸민다. 힘든 상황이지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기업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도해보면서 튼튼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321디자인은 올해 안으로 두 개의 직영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향후 비누, 디퓨저, 커튼, 유아용 침구류 등으로 품목도 넓혀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