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작업환경 개선으로 재도약 발판 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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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공장 작업환경 개선으로 재도약 발판 다지다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 ㈜두리엔터프라이즈 이주성 대표

기사입력2015-10-03 06: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두리엔터프라이즈 이주성 대표

적자만 내던 회사를 연매출 35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일본에서 ‘매출의 신’으로 불리는 고야마 노보루 ㈜무사시노 사장. 그는 최근 발간한 저서 ‘아침청소의 힘’에서 “업무환경을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매출 전략”이라며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회사의 실적은 당연 오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가 멀리 바다 건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고야마 사장과 똑 닮은 이야기를 하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바로 이주성 ㈜두리엔터프라이즈 대표다. 그는 2013년 10월부터 10개월간 벌인 공장 내 공간 정리, 설비 재배치 등으로 7억원 가량의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정리정돈 같은 사소한 작업도 경영술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두 사람. 과연 그 말이 사실인지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두리엔터프라이즈에서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월급대신 받은 아이템으로 사업 시작…대기업 협력업체로 발돋움

이 대표가 경영하는 두리엔터프라이즈는 2002년 설립된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다. 이 대표는 20대 후반 공장장으로 몸담았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이 실적 부진으로 문을 닫자, 당시 회사에서 만들던 자동차 수리 부품 하나를 가지고 나와 두리엔터프라이즈를 차렸다.

“회사가 어려운 상태에서 문을 닫다 보니 밀린 월급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사장한테 ‘월급 대신 아이템 하나 주십시오’ 거래 아닌 거래를 했죠. 그렇게 30살에 1500만원 가지고 혼자서 시작했어요. 당시엔 참 막막했어요. 회사 이름을 ‘두리’라고 지은 것도 빨리 잘 돼서 한 명만 더 늘리자(둘이)…. 그런 바람 때문이었지요”

창업 초기 1년 동안 하루에 두 시간씩 자면서 일했다는 이 대표. 그렇게 사업에 올인한 끝에 이젠 두산인프라코어, 우영유압㈜ 등 대형 중장비 생산업체의 협력회사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카운터웨이트(굴삭기의 뒷부분에 부착하는 균형추)를 굴삭기에 연결시켜주는 부품인 보스를 비롯해 다양한 지게차 부품을 제조한다.

10개월간 두산인프라코어 도움으로 현장 개선

“작업장이 깔끔하고 어수선하고 차이가 일 하는 데 뭐 그리 영향을 미칠까…. 감이 잘 안 오죠? 저 역시 처음엔 반신반의 했습니다. 근데 2013년에 12억원을 조금 넘었던 저희 회사 매출이 환경개선을 하고 난 지난해에는 19억원 이상으로 확 뛰었어요. 일하는 환경 좀 바뀌었다고 매출이 58% 넘게 늘어난 거죠. 이 정도면 ‘환경의 힘’이 얼마나 센지 감이 오나요?”

환경개선 이후 두리엔터프라이즈 공장 내부 모습

이 대표가 공장 정리에 나서게 된 계기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워드 제로(Toward ZERO)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협력사에 현장 개선 전문가를 파견해 제조공정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두리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13년 10월 이 프로그램의 대상업체로 선정됐고 이후 전문가들의 현장진단을 통해 ‘공장 내 공간 정리 및 재구성’을 처방받았다. 공장 통로에 방치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해 직원들의 작업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고, 기계들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작업자들의 움직임 역시 최소화하란 것이었다. 더불어 몇 년씩 쌓아놨던 악성 재고들은 과감히 버리고, 직원들에게 작업환경 관리, 근무태도 개선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라는 주문도 떨어졌다. 공장 바닥에 구획선을 그어 기계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주고, 작업자가 침범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확실히 구분시키라는 조언도 받았다.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처음엔 귀찮은 생각도 있었어요. 일하기도 벅찬데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었죠. 바쁜 직원들한테 교육까지 받으라고 하기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근데 당시 전문가들이 말하길, 개선사항만 잘 이행해도 생산량이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성공적인 환경개선 비결은 ‘근무시간 지키는 효율 운영’

두리엔터프라이즈의 현장개선 활동은 지난해 5월까지 10개월간 계속됐다. 400여㎡의 작은 공장 규모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대표가 현장개선 활동을 위해 공장가동을 멈추거나,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 별도의 시간을 낼 것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장 정리 때문에 직원들의 사생활을 뺏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강요받아서 하는 일에 누가 최선을 다 하겠어요. 그래서 주5일 근무는 제대로 지키면서 목요일 오후에 한 시간, 금요일 퇴근 전에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빼서 직원들과 정리도 하고 교육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게 저희 회사가 현장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포인트라고 봅니다”

이주성 ㈜두리엔터프라이즈 대표는 공장 내 공간 정리, 설비 재배치 등으로 7억원 가량의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현장개선이 끝난 뒤 75% 수준이었던 두리엔터프라이즈의 케파(CAPA·Capacity:생산능력)는 95%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이 75개밖에 안 됐던 업체가 이젠 95개 이상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제품 모양이 찌그러진다거나 들어가야 할 재료가 빠지는 등 불량품이 자주 발생했어요. 주변 환경이 어수선하다 보니 작업자들의 주의가 산만했던 탓이죠. 지금은 직원들 집중력이 높아져서 불량품 생산이 크게 줄었습니다. 품질 역시 좋아졌어요. 깨끗한 환경에서 제품을 만드니까 분진 등 불순물이 섞여 들어갈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직원들의 마음가짐이다.

“그전엔 워낙 지저분하다 보니 누구도 공구를 쓰고 나서 제자리에 갖다 두지 않았어요. 또 바닥에 볼트가 떨어져 있어도 모른 척 하기 일쑤였죠. 이젠 직원들이 먼저 일 끝나기 전에 10~20분 정도 시간을 내 청소합니다. 환경이 바뀌자 직원들의 책임감도 더 높아진 거죠”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했던 정리정돈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면서 이 대표는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장 환경을 바꾸는 데 열심이다. 지난해 12월엔 공장에 6000만원을 들여 에어컨 시설을 갖추기도 했다.

“대부분 공장에는 에어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요. 여름엔 주로 선풍기를 틀어놓고 일하죠. 근데 어느 날 문득 공장에 에어컨을 달면 생산량이 확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풍기 바람에 날리는 분진이 품질하고 연결되기도 하고, 또 더운 날 선풍기 바람을 쐬면 더 덥잖아요.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직원들 손에서 좋은 제품이 나올 것 같지 않더라고요”

공장 정리로 이룬 제2의 도약…올해 안에 공장 증설 계획도

이렇듯 안팎으로 상황이 좋아지자 두리엔터프라이즈를 바라보는 거래업체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 대표에게 가장 많은 물량을 의뢰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납품업체들이 저희에게 ‘이 부품을 만들어 달라’ 이렇게 딱 지정해 줬어요. 근데 지금은 업체가 필요한 부품이 10개라면, 저희에게 10개 제품 도면을 다 주고 5개 정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이렇게 저희가 취급하는 아이템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이에 따라 두리엔터프라이즈는 기존 9명이었던 직원을 최근 23명까지 늘렸다. 올해 안에 제2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공장 정리가 회사의 재도약을 이뤄 준 밑거름이 됐어요. 아마 저희 말고도 공장 정리로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납품물량 맞추기도 시간이 모자란 중소기업들 사정이야 저도 잘 알죠. 그래도 시간을 내서 외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한 번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제3의 인물을 통해 보면 나도 모르게 돈 새는 곳이 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