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창신동’ 봉제공장 제작생태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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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Made in 창신동’ 봉제공장 제작생태계 바꾸다 지역브랜드 출시…사회적 기업 ‘000간’ 신윤예 공동대표

기사입력2015-11-14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000간’ 신윤예 공동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꼭 가져야 할 핵심역량으로 인내심과 수행력을 꼽았다.

“사회적 기업, 정말 힘들어요.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시장에서 실패한 문제들, 정부 정책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기업이 해결하면서 돈도 벌려고하니 힘든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창신동에서 만난 ‘000간(공공공간)’ 신윤예 공동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가져야 할 것은 좋은 아이디어도, 뛰어난 기술력도 아닌,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수행력”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이 수많은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 있어 늘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이 문제가 해결됐을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수 있는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신동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플랫폼인 000간은 설립된지 4년이 된 사회적 기업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시작으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도시재생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서울시와 현대자동차, GS칼텍스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 예술가 지속가능한 삶의 방향을 모색하다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깃발식 간판.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사진=000간>

신윤예 대표가 창신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기업의 메세나(mecenat) 프로그램을 통해 창신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예술교사로 활동을 하게 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부모, 교사들과도 친해지게 되면서 창신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의 ‘무대’에서 벗어나 삶과 예술을 잇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싶었던 신 대표는 예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발전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러한 시도들이 젊은 예술가가 생존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와 봉제인들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게 됐고, 자체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를 제시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창신동 봉제공장에 간판을 만들어 주는 ‘거리의 이름들’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에 대한 이해가 밑거름이 된 성공사례다. 창신동에 위치한 대부분의 소규모 봉제공장에는 간판이 없었다. 이는 수년간 관계를 유지해온 거래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의 디자이너나 업체가 창신동에서 제작 공장을 찾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였다.

000간은 창신동에 많은 봉제공장의 이름과 전문분야를 나타내는 간판을 만들어 ‘열린 구조’의 봉제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기존 간판 정비사업과는 달리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봉제업 종사자, 지역 청소년 등 지역주민과 예술가, 디자이너들과의 워크숍도 열었다. 또 간판제작 의사가 있는 봉제공장 사장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을 통해 창신동 메인거리인 창신길과 647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간판 50개를 설치했다. 많은 봉제공장이 임대 형태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임의로 간판을 달기가 어려워 옮기기 쉬운 깃발 형태로 제작했다.

‘000간’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메이드 인 창신동’ 제품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거리의 이름들’은 폐쇄적인 창신동 봉제공장의 변화를 이끌어 냈고, 각 공장의 전문분야 등 정보가 알려지면서 공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는 지역브랜드 출시

이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방식을 통해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는 지역브랜드도 출시했다.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고 제품 제작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원단으로 ‘친환경 옷’을 탄생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다. 값싼 해외제품이 넘쳐나면서 일거리가 줄고 있는 소규모 봉제공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000간은 도매시장에서 하청받은 카피제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봉제 산업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창신동 봉제공장에 새로운 일감으로 제공, 판매수익을 지역으로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봉제공장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되고, 유통비용이 줄면서 수익의 일부는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소비자 역시 군더더기 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으며, 000간은 새로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벽들도 있었을 터, 주민호응을 얻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신 대표는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일이 진행되면서 000간이 뭐하는 곳인지, 왜 동네에 저런 곳이 생기는지 궁금해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예술교사로 활동할 초기에 알게 된 학부모들이 이를 대신 설명해주는 등 지역주민과 봉제공장의 도움으로 주민들의 의구심은 사라졌다.

창신동에서 찾은 ‘지역 변화와 생태계’

창신동에 위치한 ‘000간’ 플랫폼

000간은 이밖에도 중소 의류업체를 제작자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의류의 경우 ‘동대문’의 일방적인 수주에 의존하게 되는데, 직접 제작자와 업체가 이어지면 안정적인 일거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올해 말부터는 카카오와의 사업연계도 계획하고 있다. 창신동의 제작자들이 다양한 일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제작 서비스 플랫폼’이 만들어 지면 단체복이나 기업의 콜라보레이션 상품 제작 등으로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또 청년제작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지역내 디자인 교육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청년 봉제 제작자를 양성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신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어 지역에 기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제작 생태계를 바꾸고 새로 만들어 근본적인 지역 및 사회변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기업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함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아 일자리를 연계하는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