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도 납세의 의무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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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종교인도 납세의 의무 다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로 소득낮은 종교인 안전장치 마련 가능

기사입력2015-12-01 16:37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종교인 과세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18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며, 소득이 높은 종교인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함은 물론 원천징수나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도 부과된다. 종교인 과세는 갑자기 떠오른 이슈가 아닌 오래전부터 이어 온 논란의 대상이었다. 1968년 故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 신부 등 성직자는 근로소득세를 내야한다”며 성직자 갑종근로소득세를 추진하려 했으나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된바 있다. 그 이후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졌고,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종교인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 논란이 재점화됐다.

종교활동은 봉사며, 교인들을 인도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일을 할 뿐 근로자는 아니라는 게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실제 현행 노동법규에서도 성직자를 노동자로 분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도 가입할 수 없다. 대법원도 성직자는 노동조합 결성이 불가한 것으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 또 현행 세법상 헌금은 성직자의 활동에 대한 대가가 아닌 기부금으로 처리한다. 많은 종교인들이 법적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종교인 과세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 약 6만개의 교회가 있는데 실제로 세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얻는 교회는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인들이 내는 헌금이나 시주금의 경우에는 이미 개인이 과세된 이후에 내는 돈이기 때문에 과세를 적용하면 이중과세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이중과세라는 지적은 일반인이 내는 헌금이나 시주에 부과되는 세금과 종교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의 성격이 달라 문제될 것이 없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인 종교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 이들에게 자녀교육비, 생계 및 주거급여, 생활지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세무조사와 과세를 시행, 사각지대에 있는 경제적 약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한편으론 여태껏 미뤄왔던 종교인 과세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경우 세수가 일부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국내 종교인을 36만명 규모로 추정하고 있으며, 종교인 과세를 할 경우 연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에 이르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종교계가 자진 납세를 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는 과세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여타 국가에서도 종교인과 일반국민에 대한 과세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납세는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다. 여당과 야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종교인 과세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2018년에 ‘제대로’ 시행될지 의구심이 쌓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