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척은커녕 죄 짓고도 뻔뻔한 한국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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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쾌척은커녕 죄 짓고도 뻔뻔한 한국재벌들 ‘반재벌 정서’ 운운하며 탈세·편법으로 얼룩진 자화상

기사입력2015-12-04 11: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훈훈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갓 태어난 그의 딸과 함께 할 미래세대를 위해 주식 99%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상을 보다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살아있는 동안 평등과 인간의 잠재력 증진을 위해” 우리 돈으로 52조여원을 내놨다. 그의 편지가 공개된 후 “아름답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탈세를 일삼는 다른 부자와 다르다” 등 반응이 뜨겁다. 그의 기부방식에 대해 이러쿵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왜 기부를 하는지 밝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폄훼하지 못한다.

‘내가 번돈이라도 사회에 환원하겠다’ ‘후세대를 위해 투자하겠다’며 앞서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이번에 저커버그 등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기부 소식은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브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1조원 이상 부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모두 상속형 부자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에 따르면 창업세대에서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는 주로 공익재단과 차명주식을 이용했고,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이용해 차익을 남기는 수법을 썼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나 회사기회유용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적 경영권 승계로 2000년 이후 총수일가가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총 32개 기업(41.6%) 47명에 이른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까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정당치 못했다. 그 상속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난무했는데 오히려 ‘국민의 반재벌 정서가 심하다’며 비겁한 발언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온갖 비리와 사기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그 자체가 어느 순간인가 우리나라 재벌들의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게다가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한국경제 발전’ 운운하며 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라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딸 세대를 위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크던 작던 단 한번이라도 한국재벌들은 훈훈한 얘깃거리를 만든 적이 있는가? 참 부끄럽다. 쾌척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불법과 불공정한 행태만큼은 버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