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명의차용자 ‘채무 손해배상’ 명의대여자 책임
성명·상호 빌려줘 영업 허락하고, 거래자가 오인하면 연대 책임
- 기사입력2015-12-18 00:00
정인호 객원 기자 (inj1223@gmail.com) 다른기사보기
-
‘타인에게 자신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거래로 인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24조.
법률사무소 ‘참벗’ 정인호 변호사타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줘 영업을 한 경우 책임
명의대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해 영업을 하는 것을 타인에게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명의사용을 허락한 사람을 명의대여자라고 하며, 그 명의를 사용해 영업을 하는 사람을 명의차용자라고 부른다. 명의대여는 타인의 명칭이나 상호의 무단사용과 구별되는데, 무단사용의 경우에는 불법행위로서 상법 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의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 신용회복조치 등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상법의 규정은 명의대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법률문제 중에서 명의대여자를 영업의 주체로 오인하고 거래한 거래상대방의 거래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규정은 면허를 필요로 하는 사업을 위해 그 면허가 없는 자가 면허가 있는 타인의 상호를 사용해 영업을 하는 경우에 거래상대방의 보호와 동시에 불법행위인 명의의 차용을 간접적으로 금지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첫째,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영업을 할 것을 허락했어야 한다.
상법 제24조는 명의로서 성명 또는 상호만을 열거하고 있으나, 거래통념상 대여자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예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한 경우에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판례는 타인의 상호에 지점, 영업소, 출장소, 현장사무소 등의 명칭을 덧붙이는 경우에도 명의대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 저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 허락을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명의대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해 영업을 하는 것을 타인에게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상법은 ‘타인에게 자신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거래로 인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자료=비자트>반면 자기의 영업소 일부를 타인의 영업에 사용하도록 하면서 상호사용을 방치한 경우에 묵시적 허락이 인정될 수 있고, 영업을 임대한 자가 임차인이 임대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한 것을 방치한 경우에 임차인의 거래에 대해 임대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일단 사용을 허락했으나 이를 철회한 경우 또는 원래의 명의대여기간이 종료한 후에 계속해 명의차용자가 그 명의로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거래상대방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거래상대방에 대한 통지, 간판의 변경, 광고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공동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허락했던 사람이 추후 자신이 사업자등록상의 명의에서 빠졌다고 하더라도 거래상대방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둘째, 명의차용자의 거래상대방인 제3자가 명의차용자를 명의대여자인 영업주로 오인해 거래를 해야 한다.
따라서 명의대여사실을 알고 거래한 자는 이 규정에 의해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오인에 대해 비록 상대방에게 과실(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조금만 주의를 했다면 명의대여자가 영업주가 아닌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제3자인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악의 및 중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명의대여자가 부담한다고 본다.
셋째, 명의차용자는 상인이어야 하나 명의대여자는 반드시 상인일 필요는 없다.
명의차용자는 명의대여자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영업을 했어야 하기 때문에 상인이어야 하지만, 명의대여자의 경우에는 영업주체로 오인할 수 있는 겉모습을 갖추었다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도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사단법인 한국병원관리연구소에 인천직할시립병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병원영업을 할 것을 승낙한 인천직할시에 대해 인천직할시가 한국병원관리연구소를 경영하는 것으로 믿고 의약품을 납품한 거래상대방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명의대여 책임의 내용
이상의 요건이 갖춰지면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가 거래상대방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명의차용자와 함께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자 또는 명의차용자 중 한 사람 또는 둘 다에 대해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제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가 영업거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채무에 대해 변제할 책임을 진다. 이에는 본래의 이행책임 이외에도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계약 해제 시의 원상회복의무도 포함된다. 그리고 명의차용자가 영업거래와 관련해 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했거나 배서한 경우에도 명의대여자가 어음금, 수표금의 지급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판례에 따르면 명의차용자의 피용자(종업원)의 행위로 인한 채무에 대해서는 명의대여자에게 명의대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영업거래에서 명의차용자는 보통 피용자(종업원)의 보조를 받아 영업을 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경우에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또한 명의차용자가 영업으로 여객운송을 하던 중에 사고를 내 승객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명의차용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사기를 한 경우 등과 같이 영업과 관련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로 나눠져 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