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 경우에도 근로자…법원 “해고는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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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임원인 경우에도 근로자…법원 “해고는 무효” 근로자성 판단 기준, 고용관계의 ‘형식’이 아닌 ‘실질’

기사입력2015-12-28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상무보, 이사대우 등 임원의 직위를 보유하고, 회사 정관에 따라 임원에 대한 보수와 퇴직금 규정을 적용받았으며, 일반 근로자에 비해 차량·접대비 등의 우대를 받은 경우에도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주식회사에서 해임처분을 받은 A상무보, B이사대우 등 7명(이하 ‘원고들’)이 회사 관리인(이하 ‘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들에 대한 해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들 이 임원의 직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갖는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라고 본 것이다.(2015. 2.12. 선고 2014가합5895 해고무효확인 등)

원고 “해임처분은 근기법 제27조 위반으로 무효”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이유로 피고는 기존 조직을 축소했고, 그에 따라 담당 직책이 사라진 원고들에 대해 해임처분을 결정했다. 원고들에 대한 해임 이후에도 ○○주식회사에는 등기임원 10명, 미등기 임원 10명 그리고 근로자 478명이 재직하고 있었다. 해임처분에 대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해 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해임처분 이후 복직되는 날까지 해임처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A상무보의 경우 월 1330만원, B이사대우의 경우 월 1000만원 등 7명의 임금)을 청구했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해임처분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해임처분의 사유와 시기를 명시해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부당해고 주장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의 신분이 회사 임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근로자성을 전제로 인정되는 해고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원고들이 청구하는 보수는 근기법상 임금채권이 아닌 상법과 회사 정관에 따른 일반채권이기 때문에 임금청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즉, 임원의 보수는 그 법적성질이 회생채권이기 때문에 회생절차에 따라 변제되는 것이 원칙이고, 회생절차 종료 이후에도 변제되지 않았다면 그때 가서 재판을 청구하라는 말이다.

피고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고 무효 주장할 수 없다”

상법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를 위임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해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

양자의 주장과 항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원고들이 ▲임원의 권한을 보유하고 그 권한을 행사했는지 여부 ▲업무수행 과정의 구체적인 형태 및 그 내용에 있어 피고의 통제를 받았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보수지급 형태 ▲고용보험 성립 관계 등 고용관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고용관계의 형식 또는 외관이 아닌 고용관계의 실질에 따른 근로자성 판단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고, 서울중앙지법의 판단 역시 이에 따른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해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된다(대법 2003. 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고용관계의 형식 또는 외관이 아닌 고용관계의 실질에 따른 근로자성 판단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한 노무관리를 행함으로써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자료=비자트>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근로 제공 여부에 따라 근로자성 판단

임원으로서의 권한 및 행사 여부에 대해 법원은 “(○○주식회사) 정관 제29, 30, 35조에 의하면 이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되고 3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이사회에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원고들이 위 회사의 인사발령에 따라 이사대우 또는 상무보의 직위로 승진되었을 뿐,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선임되거나 임기가 정해져 있거나 이사회에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임원 승진 당시 별도의 위임계약이 체결된 바도 없다”며 원고들이 임원으로서의 권한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임원으로 선임되거나, 이사회에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임원의 경우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또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을 체결한 임원의 경우에도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업무수행 과정에 대해 법원은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전결권이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사인 대표이사(부사장 또는 전무), 본부장(상무보) 등의 지시·결재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였고, 구두 또는 서면으로 업무내역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전결규정에 따르면 사업계획의 확정, 투자계획 수립, 예산의 편성·확정, 추가예산의 승인, 일정액 이상의 비용집행 등 경영상 중요 사항의 전결권은 상무 직위 이상에게 있고, 이사대우 및 상무보는 담당 팀·현장·본부 단위의 계획이나 예산 범위 내의 비용집행 등에 관한 전결권을 가질 뿐이다”며 원고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의 통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사업계획의 확정, 투자계획 수립, 예산의 편성·확정, 추가예산의 승인, 일정액 이상의 비용집행 등 경영상 중요 사항의 전결권을 행사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반면 위임계약을 체결한 수임인(임원)의 경우, 임원이란 외관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위임인의 지시·결재 등 실질적으로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위임인의 통제를 받았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

업무수행 장소 및 시간에 대해 법원은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무실과 함께 각종 사무집기, 비품 등을 제공하였고, 08:00부터 18:00까지 등으로 근무시간을 지정하였으며, 해외출장·휴가시 계획서를 작성해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도록 하였다”며 원고들이 업무수행 장소 및 시간에 대해 피고의 통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위임계약을 체결한 수임인(임원)의 경우에도 위임인이 임원의 업무수행 장소와 시간을 통제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업무수행 장소 및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위임한 사무의 정상적인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장소 및 시간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경우 근로자성 인정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보수지급 형태에 대해 법원은 “원고들은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회사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수령하였고, 급여의 항목은 ‘기본급’ ‘기준상여’ ‘자가운전보조비’ ‘식대’로 구성되었다. 또한 보수규정 제4 내지 7조에 의하면 임원에 대한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는 대표이사가 결정하였다”며 원고들 보수의 법적 성질이 근로의 대가인 근기법상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위임계약을 체결한 수임인(임원)의 경우에도 일의 성과와 관계없이 매월 고정급 부분이 있고, 업무수행에 따른 고정급 또는 기본급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 지급 수준이 변동되는 경우 이는 자신의 계산과 위험으로 행한 사무처리의 대가로 볼 수도 있어 근로자성 인정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일관된 법원 판결 불구 ‘리스크’ 자초하는 노무관리

A상무보 등 7명의 고용관계 실질을 검토한 법원은 “(원고들이) 입사한 때로부터 퇴직시까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매월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였다”며 원고들의 근로자성 인정과 함께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서면으로 그 사유 및 시기를 통지하여야 하는 바, 피고가 원고들에게 서면으로 해고의 사유를 통지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에 대한 해임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또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어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소로써 보수를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원고들의 임금청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은 고용관계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른 근로자성 판단이란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을 소개한 이유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한 노무관리를 행함으로써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인정한 A상무보 등 7명의 월 임금 총액은 7000만원이다. 2013년 11월 A상무보 등에 대한 해임처분 이후 2015년 2월 서울중앙지법 판결 선고일까지 1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주식회사는 A상무보 등 7명에게 최소 9억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해임처분 기간 14개월 동안 발생한 퇴직금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하나 더, A상무보 등 7명에 대한 해임처분 이후에도 이들과 유사한 신분인 미등기 임원 10명이 재직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