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試用)근로자 해고시 구체사유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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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시용(試用)근로자 해고시 구체사유 밝혀야 근기법 제27조 따라 해고사유 및 시기를 서면 통지해야 효력 발생

기사입력2016-03-01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시용(試用)근로자에 대한 해고(본채용 거부)시에도 해고사유를 구체적·실질적으로 적시해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2015.11.27. 선고, 2015두48136).

대법원은 A사에서 시용근로자로 일하다 시용시간 만료에 따른 해고통지를 받은 근로자 B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사는) 원고와 시용계약을 체결한 후 시용기간이 만료된 경우 원고에게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함에도,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1개월의 시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14년 1월29일자로 원고를 해고한다’고 기재했을 뿐 해고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통지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등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르면 시용계약 이후 사용자가 본채용을 거부하고자 하는 경우 구체적·실질적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명시해 통지해야 한다. ‘시용기간 만료’라는 정도의 통지만으로는 근기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위

2013년 12월30일 근로자 B와 A사는 ‘2013년 12월30일부터 2014년 1월29일까지 1개월의 시용(試用)기간 동안 근무평정 후 큰 하자가 없을 때에는 정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4년 1월28일 시용기간 만료일 하루 전 A사는 ‘1개월의 시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14년 1월29일자로 해고한다’고 기재된 해고예고통지서를 근로자 B에게 교부했다.

근로자 B는 해고예고통지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노위는 해고예고통지가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되고,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판정을 내렸다(2014년 4월30일). 이어진 재심,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서울지노위의 판정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 B의 재심신청은 기각됐다(2014년 6월2일).

서울지노위와 중노위 ‘해고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근로자 B에 대한 해고예고통지를 해고처분으로 보았으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해고처분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2015.01.22. 선고, 2014구합17241)과 서울고등법원(2015.06.18. 선고, 2015누35767) 그리고 대법원 모두 서울지노위·중노위와 달리 해고처분의 정당한 사유 존부 자체를 심리하지 않았다.

법원은 해고처분의 절차적 요건 흠결을 이유로 해고처분의 정당한 사유는 살피지도 않고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 1·2·3심 모두 ‘해고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

대법원은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로 하여금 그 거부사유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자료=비자트>

해고처분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해고사유 그리고 해고절차 모두가 적법해야 하는데, 이 사건 해고예고통지는 근기법 제27조에 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해고사유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근로자 B에 대한 해고예고통지가 해고처분인지 아니면 근로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해지인지 여부였다. 해고예고통지가 해고처분이라면 A사는 근기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와 시기를 근로자 B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할 의무를 부담한다. 반면 해고예고통지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해지라면 A사에게 서면통지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 B는 해고의 당부 자체를 다툴 수 없다.

다른 하나의 쟁점은 해고예고통지가 해고처분임을 전제하고, 해고예고통지에 기재된 ‘시용기간 만료’라는 문구가 근기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를 통지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고예고통지의 법적 성격 ‘해고’

해고예고통지가 해고처분인가 하는 쟁점에 대해 A사는 1개월의 근로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해지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해고처분으로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통지(1개월의 시용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해고한다)는 참가인(A사)이 원고와 본계약 체결 전에 시용기간을 1개월로 정해 시용계약을 체결한 후 위 시용기간 만료시 원고에게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론은 시용계약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용계약이란 본계약 체결 전에 근로자가 앞으로 담당할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일정기간 동안 평가하기 위해 체결하는 계약이다.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사용자가 근로자를 정식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인데, 사용자가 시용계약에서 정한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해고예고통지의 법적 성격이 해고처분이라면 A사가 행한 해고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해고사유와 시기에 대한 서면통지 요건을 규정한 근기법 제27조를 준수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해고예고통지에서 해고시기(2014.01.29.)는 특정돼 있어 이견이 없었고, ‘1개월의 시용기간 만료’라는 문구가 근기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 서면통지’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사용자 ‘시용계약 특성상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할 필요없다’

중노위는 “시용계약의 특성상 시용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는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없고, 참고인(A사)이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사유를 통지하고, 해고예고통지서에 ‘1개월의 시용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14년 1월29일자로 원고를 해고한다’라고 기재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준수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및 시기 등의 서면통지 요건은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한 후 “근로기준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시용기간 만료시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정당성 요건 등을 종합해 보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로 하여금 그 거부사유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단지 ‘시용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문구만으로는 근기법 제27조가 요구하는 해고처분 통보서의 필수 기재 항목인 해고사유를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 ‘구체적·실질적인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해고처분은 그것이 위법 부당하지 않다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사용자가 의도한 해고처분 효력 발생을 저지할 수 있는 소명기회 제공 등 근로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형평이란 측면에서 자연스럽다. 앞서 대법원은 징계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근로자의 방어권 보장에 대한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해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