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지었는데…북도 우리정부도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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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공장 지었는데…북도 우리정부도 못 믿겠다” 작년 8월 준공, 놓고 온 원단 12만장…대금 못줘 원단업체 소송

기사입력2016-03-29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실태①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지 어느덧 50일이 돼 간다.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6%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남북경협이 막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갑작스런 중단조치에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의 피해 역시 적지 않다. 현재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피해실태를 조사중이다. 중기이코노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찾아,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으며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어요. 진짜 이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들어갔는데, 진짜 대통령을 믿었는데…”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쉰 채 좀체 말을 잇지 못했다. 몇분 가량 흘렀을까. 이내 가다듬은 그는 기자의 물음에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의류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A업체는 지난해 8월 개성에 공장을 새로 지었다. 2007년 9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 업체는 그동안 생산공장을 임대해서 사용해 왔다. 건축비와 고정설비 등을 더해 모두 35억원을 들여 연면적 4455㎡에 4층 높이 건물을 지은 것이다. 준공식하던 날, 22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과 함께 축하연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6개월만에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면서 새로 지은 건물을 고스란히 놔 둔채 몸만 빠져 나와야만 했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에는 새 건물 조감도가 그려진 액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각종 원단도 놓아둘 곳이 없어 정리되지 않은 채 복도 여기저기에 쌓여져 있어 그 당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덩그러니 쌓여있는 원단 ©중기이코노미

업체 대표 B씨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며 “북측에서 개성공단을 닫으면 닫았지, 설마 우리 정부가 가동중단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난 2013년 3차 북핵실험으로 개성공단이 6개월동안 가동중단된 바 있다. 당시에는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잠정중단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7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시켰던 것이다.

지난 2월10일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던 날, 업체 직원이 2.5톤 트럭을 몰고 개성공단에 입경해 6000장의 원단을 싣고 나오려다 제지당했다. 그는 “그렇게 군사작전하듯, 가동중단 조치를 꼭 했어야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라며 “하루 이틀만 시간을 줬어도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을텐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원·부자재 원단만도 12만장에 달한다. 여기에 미싱 150대를 비롯한 각종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무실 한켠에 놓여진 개성공단 신축공장 조감도 ©중기이코노미

이 업체는 티셔츠 등을 생산해 연매출 70억원을 올리는데, 오직 대북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모든 기계설비와 생산라인이 개성공단에 있기 때문에 현재 생산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급한대로 서울 본사 디자인실을 빌려 원단을 짜는가 하면, 지인을 통해 알게된 봉제업체에 일감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난이 심각하다. 원단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주지못해 소송에 걸려 있다.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10억원을 융자받아 일단 급한 불(6억8000만원)을 껐지만, 이달말까지 12억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데 그저 막막하다. 이 업체는 피해규모를 43억원 가량인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B대표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걱정했다.

개성공단 주재원으로 일했던 직원들이 서울 사무실에서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베트남 등 해외 대체부지 활용에 대해 물었지만 “개성공단 만큼 경쟁력 있는 곳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원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같은 언어를 쓰는 북측 근로자의 실력이 외국 근로자보다 월등하다”며 “세관 문제, 노동력 문제 등등 해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