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계약서 초안 가급적 한국기업이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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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국제계약서 초안 가급적 한국기업이 작성하라 영어·해당국어 서툴러 실수 잦아…비밀유지, 권리·의무 반드시 명시

기사입력2016-05-10 14:00

채민선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정률의 이창훈 변호사가 ‘국제통상 분쟁 대응전략’을 통해 국제계약서 작성 시 유의할 점 등을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루마니아 기업(갑)과 한국 기업(을)간 거래계약 체결 당시 실제 사례다. 계약서에 따르면 ‘갑과 을은 이익을 7:3으로 나눠 이익의 100%를 갑이 갖는다. 보편과 상식이 지구촌 공통 정서라는 것을 고려하면 계약서 문구를 그대로 해석, 이익 100% 전부가 루마니아 기업에 귀속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익 100%를 루마니아 기업이 갖게 한 계약서 문구의 치명적 오류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루마니아 기업이 작성한 계약서 초안을 영어나 해당국 언어에 정통하지 않은 한국 기업 담당자가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서명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정률의 이창훈 변호사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최근 개최한 ‘해외진출 중소기업 필수 법무전략’ 설명회에서 “계약서 초안을 루마니아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담당자가 작성했다면, 이같은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제통상 거래에 따른 계약서 작성방법 및 계약서 작성시 실무자가 주의해야할 핵심 포인트를 소개했다.

국제계약서 구조

<자료=‘해외진출 중소기업 필수 법무전략’설명회 자료집>

◇업무상 알게 된 비밀유지 의무 규정=이 변호사는 특히 “국내기업이 외국기업 등과 국제통상 계약을 할 때 상대방이 계약서를 작성해 기업의 비밀을 획득하고, 이후에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업무상 알게 된 상대방의 비밀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 상에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함께 계약서에 명시된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간 권리 또는 의무에 대한 다툼에 대비해 한국기업 담당자는 준거법 및 분쟁해결 기관을 한국법 및 한국법원으로 정해야 한다. 물론 분쟁해결의 준거법 및 재판관할 문제는 양 당사자간 협상력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긴 하지만, 증거수집 등 분쟁을 해결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결코 소홀히 취급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또 이 변호사는 “국제통상 분쟁의 경우 분쟁이 생긴 후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분쟁 소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서의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흥망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분쟁 소송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가급적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중 하나다.

◇국제계약서에 권리·의무내용 명시=국제통상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이 변호사가 설명한 계약서 작성방법 몇 가지를 더 소개하면, 먼저 국제계약서는 나라 간에 이뤄지는 물품·서비스 매매계약에 필요한 제반사항과 의무사항 등을 규정해 합의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말한다. 따라서 국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기존에 작성된 유사한 계약서안을 토대로 작성하되, 해당 계약의 목적이나 중요한 권리·의무내용과 관계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제계약서 상의 전문내용 예시

<자료=‘해외진출 중소기업 필수 법무전략’설명회 자료집>

국제계약서는 ▲표제와 전문을 포함한 서두 부문과 ▲당사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 계약 자체의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이 나타나는 본문 그리고 ▲맺음말과 당사자 서명·날인이 들어가는 말미로 구성된다. 이 변호사는 “계약서 상의 전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작성을 생략하거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은 계약 체결의 목적, 동기 또는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추후 분쟁이 생겼을 경우 불명확한 계약서 문구 해석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계약서 내용에는 ▲완전합의 ▲수정조항 ▲계약당사자 ▲분쟁 해결조항 등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

‘완전합의 조항’은 해당 계약서가 유일한 합의서이고 이것 이외의 내용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말한다. 거래 교섭 중에 계약서 외 문서나 구두에 의한 약속은 모두 무효라는 조항으로, 계약서 외의 사항에 관한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수정조항’은 기존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서면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취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 사이의 구두합의 등에 의한 수정이 이뤄졌다는 주장을 차단해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계약당사자’의 기본정보를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는 계약의 효력에 구속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일 뿐 만 아니라, 계약 이행의 문제가 발생해 분쟁으로 발전한 경우에도 필수적인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BC와 ABC㈜는 명백히 다른 회사이므로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 상 ‘분쟁 해결 조항’에는 앞서 밝힌 바 준거법 및 분쟁 해결을 한국법 및 한국법원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국제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권리·의무내용 예시

<자료=‘해외진출 중소기업 필수 법무전략’설명회 자료집>

◇계약 위반 시 위약책임 넣어야=한편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계약을 위반한 경우도 계약서에 명기하는 것이 좋다.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 책임으로는 ▲손해배상책임 ▲위약금 ▲해지에 의한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은 계약위반으로 인한 책임 중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배상 방식이지만, 상대방의 계약위반으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손해발생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금액을 청구하는 ‘위약금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위약금 조항은 손해배상액을 산출하기 어려울 경우 유용하다. 다만, 실제 발생한 손해가 위약금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금액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약금을 산정할 때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양 당사자에 의해 계약이 해지되면 그동안 쌓아온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일시에 사라질 뿐 아니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등 추가적인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에 의한 해지의 경우 별다른 해지 절차가 필요 없지만, 일방적인 해지의 경우 엄격한 요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해지 이후에도 손해배상이나 위약금 등 계약 위반으로 인한 책임과 비밀유지 의무 등의 조항은 계속 효력을 유지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