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이어 독점권-홍보비 요구 빈번하다

프린트

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베트남 바이어 독점권-홍보비 요구 빈번하다 관계 중요시해 “거절보다는 적정수준 협의도 장기적으로 유리”

기사입력2016-05-19 00:00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라’ 한국기업이 베트남 투자결정에 앞서 가슴속 깊이 새겨둬야 할 말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트라가 주최한 ‘세계 주요시장 설명회’ ©중기이코노미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주최한 ‘세계 주요시장 설명회’에서 진일송 무역관은 “베트남 진출시 외국기업들은 현지 에이전트를 선정, 이들의 의견을 활용해 전담 마케팅이나 사후지원을 한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투자 컨퍼런스를 요구하는 등 보수적이고, 바이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가 적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과 달리 한국기업은 현지 바이어에게 판매실적이나 과거의 거래내역 등을 과도하게 요구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협의를 통해 바이어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투자한 또는 추진 중인 한국기업이 베트남 바이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특히 한국인의 정서·관행과는 다소 결이 다른 베트남 바이어들을 상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생경한 비즈니스 문화에 당황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진 무역관에 따르면,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바이어들이 인센티브로서 독점권을 요구하거나 홍보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베트남시장이 한국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세계기업으로부터 주목을 받다보니 과열경쟁에 따른 다소 불가피한 현상이다.

당황해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바이어의 의견을 수렴·반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을 미리 분석해 적정수준의 요구인지 파악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베트남은 에이전트, 협력사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하기 보다는 적정수준의 협의를 진행하는 것도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 중 하나라는 얘기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영어 구사능력이 낮아 현지에 진출하려면 베트남어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영어만 해도 베트남에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 영문으로 송부하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어로 작성된 팸플릿, 기업소개서 등을 만들고 베트남어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둬야 한다.

<그래픽=이가영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외에 베트남 바이어는 구두로 논의한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모든 공식, 비공식 자료는 문서로 남기고 이메일로 협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진 무역관은 “베트남 시장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과일인 두리안과 비슷하다. 천국의 맛, 지옥의 향이라는 말처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지독한 냄새 때문에 이를 꺼리지만 한번 맛보면 그 맛에 반하게 된다”며 “베트남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들은 각종 제약과 유의사항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전략을 세워 진출하면 놀랄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의 경우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출의 70%이상이 외국인 직접투자”라며 “한국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함께 이날 설명회에서는 성공적인 베트남 진출을 위해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업종별 성공사례 발표도 있었다.

◇소비재=한국에서 김을 판매하는 A사는 해외시장을 모색하던 가운데 베트남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외국산 수입브랜드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뿐더러 미역, 톳, 다시마 등의 식용 해조류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4년 베트남 최대 소비재전시회인 하노이엑스포를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후와 문화, 습도 등이 달라 애를 먹었고, 특히 눅눅해지면 본래의 맛을 잃는 김의 특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던 와중 베트남 바이어들의 품질 및 가격에 대한 의견을 반영, 베트남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바꿔 나갔다. 그 결과 일반 김과는 다른 맛이 첨가된 새로운 제품으로 바이어들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1인당 GDP가 2000달러 중반 수준으로 일부 국영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규모 바이어 중심의 시장이다. 아직까지는 ‘가격’이 주요한 구매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격을 평균보다 조금 낮게 측정하고, 비싼 제품이라면 계약 초기단계에는 최소 구매수량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에이전트를 따로 두고 시장을 모색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A사의 경우 ▲현지 시장 파악을 위한 하노이엑스포 참가 ▲코트라의 지원을 받은 시장분석 ▲가격 및 품질에 대한 베트남 바이어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경쟁력있는 제품을 출시했고, 베트남 진출 반년만에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그래픽=이가영기자> ©중기이코노미

◇ICT=금융경영·IT컨설팅 B사는 2014년 5월 현지에서 금융솔루션 관련 마케팅 활동을 하던 중 베트남중앙은행(SBV)의 ‘금융부문 현대화 및 정보관리 시스템 프로젝트’ 정보를 입수했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기업 그리고 베트남 기업과 함께 합작, 조인트벤처 형태로 사업에 참가했다. 현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어 베트남 기술수준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고 마케팅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 베트남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6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IT강국인 한국과 달리 IT인프라가 부족하다. 또 소프트웨어 구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정부의 IT부문 지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운영에 IT기술을 접목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더하려는 베트남정부의 수요가 있고, 정부부문이 전체 IT지출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기업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B사의 경우 베트남 정부의 IT부문 투자에 주목했고 중소기업이란 약점을 국내 및 현지 기업과의 합작으로 극복했다. 또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IT환경 수준에 맞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었다. B사는 베트남중앙은행 프로젝트를 수주해 인지도를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대형 민간은행들의 유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건설=교량부품을 제조하는 C사는 제품을 인정받아 베트남에서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 뒤 마땅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C사가 참여·설계한 프로젝트가 타사로 넘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마케팅도 부족했고, 영어만 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다수 베트남사람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낮아 의사소통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건설업종의 경우 현지 에이전트 및 발주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사업적인 관계 이외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함에 따라 이들을 통해 홍보 및 마케팅은 물론 추가계약이나 다른 바이어소개 등 사업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건설업종의 특성상 베트남 내 전문성 및 영업력을 보유한 현지 바이어 또는 업체들을 선별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C사의 경우 현지기업과의 의사소통과 마케팅을 강화해 사업 파트너관계를 복원했다. 또 전문성을 가진 현지기업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도 이참에 구축했다. 현지기업을 통해 현지사정에 꼭 필요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면서 베트남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코트라는 2000년부터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의 시장분석, 바이어 발굴, 수출실무까지 해외진출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해외지사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중동 등 85개국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기업을 선정, HS코드 6단위 기준 1품목에 한해 지원한다. 참가비는 시장규모에 따라 상이하며 평균 250~30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