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특허팀, 자율주행 특허맵 이렇게 짰다

프린트

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현대車 특허팀, 자율주행 특허맵 이렇게 짰다 최근 40년 관련특허 중 0.1% 핵심특허 도출해 집중분석

기사입력2016-07-08 20:06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략특허맵을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선행기술 조사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출원된 특허를 살펴야 하는데 숫자가 만만치 않다. 우리 회사가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할 특허가 무엇인지 옥석을 가리는 게 일이다. 바닷가에서 크고 작은 돌이 섞인 모래를 가져온 뒤 깔때기에 부어 가늘고 고운 모래를 걸러내는 과정을 연상하면 된다.

8일 지식재산협회 주최 조찬세미나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신언율 이사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전 세계에 출원된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는 약 9만8466건이다. 해당 특허를 모두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실제로는 무의미한 특허들도 많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특허 전략맵을 만들기 위해 9만여건 중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완결성이 떨어지는 자료는 덜어내고 1만1733건만 추출했다. 특허 분석에서 노이즈 제거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노이즈 제거는 기계적으로 한다. 일정 조건을 입력해 놓고 자동으로 필터링을 거친다.

이렇게 해서 나온 1만1733건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관련성이 높은 특허다. 분석 결과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출원은 일본이 가장 많았다. 일본이 5761건, 한국 2333건, 유럽 1350건, 미국 645건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도요타가 101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닛산(909건), 현대차(388건), 구글(117건) 등으로 이어졌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현대차는 노이즈가 제거된 1만여 건의 특허 중 유효특허 604건을 뽑아낸 뒤 현업팀, 변리사, 특허부서가 워크숍을 거쳐 또다시 핵심특허 108건을 도출했다. 특허 데이터베이스 검색에서 나온 9만8466건의 특허 중 0.1%만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핵심특허 108건은 집중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각 특허의 기술장벽은 어느 정도인지, 현대차에서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공백 상태인 기술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현대차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인데 타사에서 이미 특허 권리확보를 해 둔 경우에는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회피설계 계획도 세운다.

특허만 분석한 것은 아니다. 관련 논문과 언론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검토했다. 빅데이터 분석이라 불리는 과정이다. 현재 SNS에서 자율주행 관련 언급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이용자들은 자율주행 기술 중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한다. 국내외 외부 전문가로부터 자문도 받는다. 기업 내부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오류들을 찾아내내기 위해서다.

신 이사는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특허정보 사이트도 소개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 특허청의 ‘키프리스’, 일본 특허청의 ‘IPDL’, 미국 특허청의 ‘USPTO’, 유럽 특허청의 ‘Espacenet’를 활용할 수 있다. 민간 업체로는 톰슨로이터의 ‘톰슨 이노베이션’, 프랑스 퀘스텔(QUESTEL)과 미국 오르비트(ORBIT)가 만든 ‘오르비트-퀘스텔’이 있다.

신 이사는 “경쟁사 기술동향, 시장 환경과 법규, 특허·논문·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기술 개발 전략과 특허 전략을 도출했다”면서 “현재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는 완성차, 부품사, 대학 등 뜻이 맞는 주체들간의 연구개발 협력도 활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