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세, 예정대로 내년에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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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임대소득세, 예정대로 내년에 부과해야 공평한 과세라면 국민 대다수는 증세를 수용할 것

기사입력2016-07-21 18: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또 다시 유예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14년 2월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다가 ‘세금폭탄’ 저항에 밀려 과세 시행을 3년간 유예했다. 올해 말 과세 유예기간 종료에 앞서 정부는 2~3년 유예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예 이유는 3년 전과 동일하게 소액 임대사업자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올해 세제개편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상여부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언론사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주민 의원이 현행 22%인 법인세를 25%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분위기도 잡았다.

사달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정과세의 기본원칙은 임대소득자 앞에서 무너졌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시도별 임대주택사업자는 10만3927명이다. 임대소득 부과가 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폭탄이기에 3년을 유예한 후 또 다시 2~3년을 유예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법인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고, 법인세 보다 심한 찬반 논란을 불러올 것이 분명한 소득세제 개편은 또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지 우려스럽다. 원칙없이 그때그때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 줄 것이 아니라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초 내년 시행될 예정인 임대소득세는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부과한다는 것이 전부다. 현재는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대상이다. 세율은 2000만원 이하이면 14%로 분리 과세되는 반면 2000만원을 초과시 다른 소득과 함께 종합 과세된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기준시가가 9억원 이하이면 여전히 임대소득을 과세하지 않는다. 또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해 최초로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해 임대소득의 60%를 필요경비로 공제해 주는 등 각종 감면·절세 혜택도 주어진다. 물론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그간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은 부담스럽다고 내고 안내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경우 소득, 자산 등 법정기준에 따라 내야 하는 국민의 의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72만1000명이다. 이에 따르면 172만여명 다주택자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고 추정된다. 등록한 임대주택사업자가 10만여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160만 이상의 다주택자는 임대소득이 있음에도 납세의무를 외면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3년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한 납세자수는 10만3000명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곳간은 차고 넘치는 반면 가계부채 규모는 그 끝을 모르고 천정부지라는 것,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법인세 인상 당연하다. 물론 수익에 따라 법인세율 구간에 대한 미세 조정 역시 필요하다. 소득세제 개편 역시 당연하다. 필요한 경우 근로소득세를 포함 증세도 감수해야 한다. 너는 내고 나는 안내는 세금은 없다. 우리 사회 경제주체라면 가계든 기업이든, 임대소득자 역시 번 만큼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 양극화. 우리 사회 전부분에 걸친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 중 하나가 증세다. 공정한 과세가 전제된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증세를 수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