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단 한번도 노사가 타협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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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최저임금 단 한번도 노사가 타협한 적이 없다” 최저임금위, 勞使 무책임…교섭위원 9명으로 줄이고 長級 나와야

기사입력2016-08-02 11:03

중기이코노미는 최저임금위원회 세 주체인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을 한명씩 각각 직접 만나 올해 최저임금 쟁점을 짚어봤다. 예상대로 노사 양측의 견해차는 컸다. 최저임금액에 대한 생각은 물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 방안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노동계는 노사 당사자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국회나 시민사회의 힘도 빌리겠다는 쪽이다. 공익위원은 제도보다 노사 협상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노동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사의 태도를 지적했다. 지금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이에 낀 공익위원이 산술적인 평균값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이한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임금은 노사 협상이므로 이들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위원 수는 줄이고 장(長) 급이 테이블에 나와 협상에 임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기이코노미

-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도 파행을 맞았다. 노동계는 최종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경영계가 낸 7.3% 인상안이 2017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이 났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무책임 구조다. 결정권을 쥔 노사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만 일삼고, 정작 결정해야 할 때는 나가 버린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책임은 애꿎은 공익위원들이 떠안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의 원인이 제도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노사가 무책임한 것이 문제다. 이를 책임구조로 바꿔야 한다.

- 노사의 어떤 점이 무책임하다고 보는 것인가.

최저임금위원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단 한 번도 노사가 타협해 결정한 적이 없다. 항상 노동계는 실현 불가능한 최고치를, 경영계는 최저치를 내놨다. 이번에도 노동계는 1만원,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타협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공익위원들이 있어서다. 당사자들이 기권하면 공익위원들이 대안을 냈다. 그럼 노사는 “우리는 타협하지 않았는데 공익들이 정부 입김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떠넘겼다. 모든 책임은 공익위원들에게 돌아갔다.

-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이 왜 문제인가.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본래 임금은 노사가 정하는 거다. 최저임금위원회와 기업의 단체교섭을 비교해보자. 단체교섭에선 노사가 양보할 건 해 가면서 임금협상을 한다.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은 적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한 기업이라는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갑자기 1만원으로 올랐다고 쳐보자. 그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폐업을 한다면 누가 책임을 지나? 공익위원은 그런 권한이 없다. 그들도 여러 방면에서 고민은 하지만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의 눈치를 봐 가며 중간쯤 어딘가에서 최저임금 결정을 내린다. 그러니 노동계에서는 높게, 경영계에서는 낮게 부를 수밖에 없다. 과학적인 결정 방식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갖는 미래지향적인 관념은 사라지고 기계적인 타협만 남았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 그럼 공익위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나.

기업 단체교섭처럼 노사 책임을 강화하고 공익위원은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연구해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거다. 노사가 더 이상 의견을 좁힐 수 없을 때만 노사 위임을 받아 위원회를 중재하면 된다.

-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 경영, 공익 9명씩 총 27명이다. 원활하게 굴러가기엔 인원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있다.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려면 위원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27명이 모여 무슨 교섭을 하나.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머리 맞대고 교섭할 수 있는 대표중의 대표들이 모여서 자신의 지위를 걸고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노총이라면 위원장이, 경총이라면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 해외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은 어떤가.

독일은 노동, 경영, 공익 3명씩 총 9명이다. 공익 중 노사 모두의 추천을 받은 의장만 의결권이 있고 나머지 2명은 자문 역할을 한다. 의장도 처음부터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노사 안에서 과반이 나올 수 있게 중재하고, 3:3으로 맞서면 조정안을 제시한다. 노사에서 조정안을 따르지 않을 때만 의장이 최종적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다. 한국도 공익위원 표가 최저임금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게 해야 한다. 노동이든 경영이든 한쪽이 불참하면 의사결정 자체가 안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한쪽 위원들이 모두 사퇴해도 공익위원들이 나머지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과반이 넘어버린다.

마지막 안전판은 필요하다. 안전장치가 없다면 노사는 계속해서 ‘No’를 외칠 거다. 이를 대비해 초기값(default option)을 정해야 한다. 일정기한까지 합의를 못 볼 경우 초기값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초기값은 그해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률이 될 수도, 전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될 수도 있다. 정하기 나름이다. 초기값은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측에게 리스크를 주는 결과여야 한다. 그래야 협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지순 교수는 “기본적으로 임금은 노사 협상이므로 이들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 최저임금 결정에서 정부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한다고 보나.

정부 개입은 줄이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정치 진영의 영향을 받는다.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진폭이 커질 수 있다. 포퓰리즘이니, 시장주의니 하는 논쟁도 따라다닐 거다. 노사 교섭모델이 미래지향적이다. 이 모델이 정착할 수 있게 우리도 훈련을 해 봐야 한다.

- 이상적인 얘기로 들린다. 노사가 협상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노사 협상에서 대립과 갈등은 기본이다. 파업은 협상을 위한 전주곡이고. 눈치도 보고, 힘겨루기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게 다 협상의 과정이다. 그래서 결과물이 더 값진 것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위원회도 마찬가지라 본다.

- 최저임금의 의미가 무어라 보나.

최저임금은 국가가 개입해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간의 불공정성이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집중돼 있는 부를 분배해야 한다. 동반성장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제대로 안 되고 있지 않나. 분배를 제대로 했는데도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최저임금 등의 방식으로 국가가 개입해 손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