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해법 ‘돈 벌면 그때 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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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고령화 해법 ‘돈 벌면 그때 가서 보자’ 부양의 의무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부담하도록 해야

기사입력2016-08-01 18:17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30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CEO 하계포럼 강연을 통해 현 단계에서 우리 경제가 가장 걱정해야 할 것으로 고령화를 꼽고 “2%대의 잠재성장률로는 고령화 위기를 잘 넘을 수 있을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고령화라는 진단은 맞지만, 해법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잠재성장률을 높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하나 마나한 주장이고, 고령화 문제 해법에 대한 정책도 의지도 없음을 민낯으로 드러낸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경제성장을 핑계로 뒤로 미룰 사안이 아니다. 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제한된 자원, 경제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다.<사진=뉴시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고령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나. 그렇지 않다. 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제한된 자원, 경제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다. 우리 과거사를 돌아보면 경제성장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만큼 가계의 소득과 소비는 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는 복지제도를 포함 사회안전망 또한 정비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경제성장에 따른 혜택이 근로자, 가계, 공동체로 귀속되지 않고 몇몇 대기업이 독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고령화 문제의 해법으로 유 부총리는 또 다시 ‘획기적’인 잠재경제성장률 제고를 선택했다. 획기적인 성장 그 자체는 가능한가.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기간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것이 맞다. 글로벌 차원에서 선진국 기준으로 1~2% 성장률, 현재의 저성장국면은 일국 차원에서 탈출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과 그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도 7월 현재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이다. 수출이 갑자기 크게 늘어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해법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해법은 경제성장률과 무관하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8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4%로 고령사회, 2026년이면 고령인구 비중은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5명에 1명은 65세 이상 노인으로 누군가에게 부양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의학발달에 따라 수명이 연장되면서 부양받는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부양의 ‘의무’를 개인에게 부과할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노인에게 남는 것은 빈곤이다. 부양을 하고 있는 개인 역시 부양에 대한 부담으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 노인빈곤의 구조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해법은 부양의 의무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부담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또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노인이 생산활동에 참여해 세금도 내고 소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령화문제는 경제성장을 핑계로 뒤로 미룰 사안이 아니다. 지금 당장 노인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령자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개발하는 한편 노인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결국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국가의 재정지출이다. 저출산이든 고령화든 사회적인 문제를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부담하는 방법은 국가의 재정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올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실망스럽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소득세 개편을 통해 사회적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다. 유 부총리의 발언과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돈 벌면 그때 가서 보자’ 수준이다. 대책이 없다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