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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벌·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억울하다?
재벌·대기업 총수들 또한 바뀌어서 국민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 기사입력2016-08-04 11:4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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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권 보호제도를 강화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배임죄 처벌 등을 통한 경영권 통제에만 주력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지난 2일 진행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배임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기업연구실장은 “의도적으로 회사에 현실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만 배임죄가 적용되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정말 집요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똑같은 목소리와 그림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주장과 장면을 듣고, 보게 되면 어느새 거기에 공감하고 빠져들게 되는 것이 이치다. 다단계 사업 설명회가 그렇고 이단 종교 부흥회가 질긴 생명력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개최한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세미나에서 발제자만 달리 했을뿐 똑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3년 발간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동일한 주장을 했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수없이 많은 인터뷰, 기획기사 그리고 대정부·의원 로비를 통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신의 주장을 입법화하려 했을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 주장의 핵심은 재벌·대기업 총수들이 행한 경영상 판단 등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주장은 그렇다고 쳐도 그 같은 주장을 하는 세미나 현장에, 보고서 내용에 피해 당사들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노동계 등이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하고자 진행하는 세미나, 보고서엔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직접 피해 당사자가 등장해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 대책을 촉구한다. 세미나를 개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재벌·대기업 총수들을 향한 연서일 가능성이 크다.재벌·대기업 총수들에게만 가혹한 배임죄 적용이 억울하다. 억울함의 정도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의 기억 속에는 검찰청 현관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서 있거나,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재벌·대기업 총수들의 잔상이 남아있다. 당사자 속마음이야 모르겠지만 화면에 나타난 얼굴로만 보면 그 어디에도 억울하다는 감정은 찾아 볼 수 없다. 기업과 경제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한 고독한 경영상의 결단이었다면 그 같이 추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배임죄 적용이 과도하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2007년 ‘한국의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법원은 재벌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경영을 계속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재벌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냐”고 반문했다. 과도한 것이 아니라 한국 법원의 관대함을 꼬집은 것이다.나라 밖이 아니어도 재벌·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관대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많다. 새누리당 의원중 경제전문가로 손꼽히는 이혜훈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횡령·배임 등으로 구속된 재벌 총수들의 정치적 사면을 금지하는 일명 '휠체어금지법'을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이 궤변 수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백번을 양보해서 억울함이 좀 있다고 치자. 법이라는 것이 ‘보호’도 하지만 ‘규제’도 한다. 보호와 규제의 정도는 사회적 수준과 현실 그리고 국민의 정서가 반영되어야 한다. 국민의 감정에 휘둘려서도 안되지만 국민의 감정을 거슬러서도 안된다. 그같은 입법은 법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재벌·대기업 총수들의 경영상 판단에 대한 위법성 여부는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의 잣대라는 것이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면 그 법은 바꿔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재벌·대기업 총수들 또한 바뀌어서 국민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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