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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더운데…‘안된다’ 하기전 소통하려는 노력 어려울까?
이젠 손을 보자…현실성 떨어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 기사입력2016-08-10 18: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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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더 뜨거워진다고 한다. 선풍기를 틀어봐야 습하고 뜨거운 바람을 좀 더 센 강도로 맞을 뿐이다. 에어컨은 이제 필수 가전제품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올 여름 휴가는 사람 붐비고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는 휴양지보다 차라리 집에서 ‘에어컨 휴가’를 즐기자 했었다. 하지만 휴가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며 에어컨 리모콘을 들고 하루종일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요금폭탄이 무서워서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도심 상점들은 문을 열어두고 에어컨을 켠다. 폭염 속 행인들은 상점 앞을 지나다 상점으로부터 나오는 시원한 바람에 이끌려 상점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상점들이 ‘전기’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통해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상점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여론이 심상치 않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참여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9일까지 7200세대 이상이 집단소송을 신청했다. 논란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브리핑을 통해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부자감세 효과가 나타나거나 전력부족 같은 역효과가 우려돼 누진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소비부문 에너지절약과 저소득층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됐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 증가량에 따라 100kWh 단위로 6단계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전력사용량 중 13.6%를 차지하는 주택용 전력의 판매단가는 kWh당 123.69원, 100kWh 증가할 때마다 누진율이 적용돼 최대 700원대까지 올라간다. 반면 전체 전력 사용량의 56.6%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단가는 kWh당 107.41원, 누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해 전력부족을 막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수가 늘어가고 규모도 대형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누진제가 적합하지 않다면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부과하면 생산단가가 증가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주장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절약’하라는 강요는 사절이다.
무엇보다 이 폭염에 전기료가 아까워 참아야 하는 국민 다수와 저소득층을 위해 ‘이래서, 저래서 안된다’고 말하기 앞서 검토하고 거짓없이 얘기해 보려는 그런 정부의 자세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인가. 더 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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