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정보부족 거래관행 선입견 버려라

프린트

세계시장 ㅣ 유럽 언어장벽 정보부족 거래관행 선입견 버려라 실패보다 성공사례 많다…처음엔 어렵지만 ‘대박’ 있는 러시아

기사입력2016-08-19 14:18

박종호 객원 기자 (lucos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

우리 중소기업들이 직접 해외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난관이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철저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토대로 해외시장에 나서는 대기업처럼 제품광고비를 과감하게 지출하기도 힘들다. 해외 영업거점을 일일이 확보하고 운영하기에도 자금과 인력이 역부족이다. 국제교역시장 여건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단순히 상품의 수출입 업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판촉활동, A/S, 유지보수 등 영업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지 국가들의 수입규제, 관세정책에 대비해 각 지역별 현지화 전략도 잘 짜야 팔고자 하는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예전에는 종합상사들이 한국의 우수 중소기업 제품들을 발굴해 해외영업을 대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자·소비자 간 직거래를 선호하는 추세이고, 인터넷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제교역시장의 거래구조와 마켓 패러다임이 투명하고 빠르게 변하면서 종합상사들이 더 이상 해외개척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졌다. 아프리카, 중동을 비롯해 동토의 땅,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Made in Korea’ 제품을 열심히 팔고 다녔던 프론티어 정신과 야성(野性)은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다.

정부나 공공단체가 주관하는 해외시장개척단에 참석하거나, 해외전시회를 찾아 열심히 쫓아 다니며 바이어를 물색해 보지만, 전시행정·언어장벽·경비지출에 따른 피로감만 뒤따르고, 일회성 이벤트로는 알짜배기 핵심고객을 발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지도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지역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위 관세동맹 3국 외 키르키즈스탄, 아르메니아 참여.<자료=유라시아경제연합>

중국산 제품의 해외무역을 알선하는 기업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은 당초부터 중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해외바이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출현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조-무역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 중소·중견기업 제품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한국산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시장 성장, 디지털 경제의 확산 등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자상거래 시장(e-Commerce market)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이 다양한 제품 광고·판매 플랫폼을 통해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국내 강소기업(强小企業) 180곳을 대상으로 핵심역량·성장전략과 글로벌 진출 애로사항 등을 조사해 지난해 발간한 ‘국내 글로벌 강소기업 성장부진 요인 및 촉진방안 모색’ 연구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강소기업은 애로사항으로 ‘해외지식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수출능력’(12.4%)과 ‘틈새시장 발굴과 집중화된 마케팅 능력’(8.5%)을 꼽아 해외정보 획득 및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제품을 보유한 한국의 강소기업이 러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언어장벽이 높고, 대상국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하며, 대금결제·통관 등 거래관행도 잘 알지 못해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러시아는 어려워’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힌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 사이에 러시아 시장 공략은 대기업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실패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계상으로 보면 더 많은 성공사례가 있다. 각자 영업비밀이라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돈 버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파악이 안 되는 것 뿐이다. 러시아 시장은,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과 같이 처음 시작할 때 어렵지만 문법책 한두 권 마스터하면 그 다음 영어보다 쉽다고들 말한다. 처음 러시아 시장에 진입하기는 힘들어도 한번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들어가 버티다 보면 이른바 ‘대박’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