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찾는 사람들’ 여기 모여라 ‘서점’ 북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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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책을 찾는 사람들’ 여기 모여라 ‘서점’ 북티크 “카페가 아니라 서점입니다”…북티크(Booktique) 박종원 대표

기사입력2016-08-20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북티크 박종원 대표는 “독자와 좋은 책의 거리를 줄이고, 이어주고자 하는 공간이 북티크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독자가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5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서점가를 휩쓸었다. 수상소식이 전해진 직후 채식주의자는 하루만에 1만621권, 분당 9.6권씩 팔렸다. 전날 판매량 대비 약 58배가 늘어났다. 채식주의자는 지난 2007년 첫 출간했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외국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나서야 주목을 받았다. 맨부커상을 수상할 정도인 이 책이 10년간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작가가 있고 좋은 책이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책 자체 보다는 홍보나 마케팅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라도 홍보와 마케팅에 돈을 들일 수 없다면 빛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박종원 대표가 북티크(Booktique)를 시작한 계기도 이와 맞물려 있다. 박 대표에게 북티크는 독자와 좋은 책의 거리를 줄이고, 이어주고자 하는 공간이다.

독서인구 감소, 대형서점과 경쟁…동네서점은 힘들다

북티크 박종원 대표<사진=북티크>

좋은 책이 일찍 독자들과 만나지 못한 것은 결국 출판시장도 돈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한권을 만드는데 집필과 출간보다는 이후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책의 품질을 좋게 하는 것 보다는 또 다른 홍보에 들어간다. 박 대표가 7년간 몸담았던 출판사를 나와 2014년 7월 북티크를 창업한 것은 출판업계에 종사하며 느낀 이러한 문제점 때문이다.

“독자들은 광고나 마케팅을 많이 한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하고 때론 구입합니다. 이는 독자들이 좋은 책을 접할 접점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북티크는 선별한 ‘좋은 책’을 독자가 만날 수 있게 한 공간입니다. 광고나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 북티크에서 여러 책들을 독자가 직접 판단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즉 출판시장, 책값에서 거품을 거둬냄으로써 양질의 책이 재생산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박 대표의 바람이다.

출판계가 책보다는 홍보나 마케팅에 힘을 더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독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성인 1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2013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독서를 읽은 성인은 65.3%, 2년전과 비교하면 6.1%p 줄었다. 박 대표는 “출판계가 사양산업이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독서인구 감소에 있다”며 “실제로 주변을 봤을 때 책을 읽는 사람은 1명, 안읽는 사람이 9명”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책을 읽는 1명도 중요하지만 읽지 않는 9명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는 9명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만이 앞으로 출판계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북티크는 서울 강남 논현점과 마포 서교점(사진) 두 곳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박 대표는 현재 중소서점들이 “책 판매만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북티크는 서점이지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책 판매 비중은 작습니다. 카페와 저자강연회를 비롯한 여러 아이템과 콘텐츠를 서점과 함께 운영하는 이유도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출판사는 동네서점보다 온라인·대형서점에 낮은 가격으로 책을 공급합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대형서점이 동네서점보다 더 싼가격에 판매를 하니 동네서점이 버텨낼 수 있겠습니까? 도서정가제로 도서가격 할인폭을 제한하더라도, 애초 공급가가 다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동네서점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북티크는 북카페가 아닌 서점입니다”

북티크의 겉모습만 보고 북카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북티크는 서점”이라고 강조한다. 북카페가 카페를 위주로 책을 전시하고 자유로운 열람이 가능하다면, 북티크는 책을 구입하고 보는 공간에 카페가 더해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북티크의 각 테이블에는 ‘북티크의 모든 책은 판매용입니다. 책을 자리에서 읽으시려면 구매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있다. 카페보다는 서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서점에 카페 인테리어를 도입한 이유는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북티크에 구비된 책들은 ‘구매 후’ 열람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북티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독서모임이다. 현재 북티크는 15개 정도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권의 책으로 의견을 나누는 모임도 있고, 각자 읽은 책으로 생각을 나누는 모임도 있다.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책을 안읽는 9명을 어떻게 책을 읽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무턱대고 책부터 먼저 접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과 책 속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박 대표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책과 함께 사람을 접하고 관심을 가지면 책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모임은 적게는 7명에서 10명 내외로 운영하고 있다. 모든 모임에 참여할 필요없이 북티크가 제공하는 모임중 원하는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독서모임에 대해 따로 홍보도 하지 않았고, 유료모임이지만, 한달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간 잠재된 독서 수요층을 겉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독서모임에 쉽게 접할 수 있는건 북티크 독서리더들의 역할이 크다. 북티크의 각 독서모임에는 1명의 독서리더가 참여해 원활한 진행을 도와준다. 독서리더는 토론의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부담없이 쏟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북티크 운영에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SNS를 통한 홍보, 마케팅 비용 그리고 독서리더와 이들을 관리하는 디렉터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적지 않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이들이 서점과 책 그리고 독서에 특화된 홍보·마케팅·운영방법을 알지 못해 애을 먹었습니다. 일반기업 홍보처럼 ‘우리 서점 좋다’는 방식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고 ‘책을 읽는 문화’를 전파하려 하니 기존의 마케팅 방식이나 콘텐츠와는 달라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사람에 대한 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인건비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박 대표는 “이들이 없었다면 북티크가 있을 수 없다”며 “직원에 대한 투자가 북티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북티크는 독서모임을 비롯해 사람과 책을 이어줄 북엔터테이너 양성과정을 지난 5월 처음으로 시작, 현재까지 30여명을 배출했다. 양성과정의 주요 학습내용은 북엔터테이너란 무엇인지, 서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독서모임을 어떻게 꾸리고 운영할 것인지 등이다. 북엔터테이너들은 수료 이후 북티크와 함께 또는 개인으로 활동하며 독서모임을 가지거나, 책 관련 콘텐츠를 기획한다. 박 대표는 이들을 선발할 때 “다른 것 없이 북티크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가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