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가계부채, 주택공급 물량 제한이 대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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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눈덩이 가계부채, 주택공급 물량 제한이 대책인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통해 경기회복하겠다는 미련부터 버려라

기사입력2016-08-26 19:4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딱 그 꼴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전제하에 주택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집단대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 물량 제한과 관련해 정부는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급물량을 12만9000가구에서 7만5000가구로 줄이고, 내년 공급물량도 올해 대비 추가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건설사가 택지를 매입해서 설계와 건축승인 등 인허가 절차를 밟아서 분양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정부는 1년 이상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주택 인허가 자제를 요구하겠다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없다. 지자체가 주민, 해당지역 건설사의 요구를 이유로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 물량은 51만6000가구로 사상 최대였고, 올 하반기 21만가구가 예정돼 있다. 2년 연속 50만가구 이상 신규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주택공급을 줄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조치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아파트 가격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이번 주택공급 물량 제한 조치가 ‘집값 떠 받치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아파트 가격에 거품을 뺄 수 있는 기회만 날린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3조6000억원이고 집단대출 비중은 11조6000억원(49.2%)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대비 절반가량이다. 지난해 말 비중은 12.4%에 불과했다. 집단대출 급증이 가계부채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집단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은행들이 집단대출 받는 사람의 소득을 반드시 파악하도록 의무화한 정도다. 그러나 이는 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조치다. 은행 입장에선 아파트라는 든든한 담보가 있는데 소득이 적다고,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대출을 실행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주택공급 제한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인 집단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어떠한 정책수단도 없다. 부동산시장도 살리고 주택담보대출 특히 집단대출을 줄이겠다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수단을 억지로 조합한 결과다. 주택공급물량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 개편과 함께 전매제도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을 통해 여신관리를 강화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두가지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올해 말이면 가계부채 규모가 13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