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진정 경제검찰 되려면…독립성 확보 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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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공정위 진정 경제검찰 되려면…독립성 확보 必 위원 임명권 대통령이 쥐락펴락…정권 바뀌면 바로 교체

기사입력2016-09-05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6월9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검토한적 없다는 의견을 밝힌지 불과 두달만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공정위는 검토한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지난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카카오같은 기업이 대기업으로 지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9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검토한적 없다는 의견을 밝힌 지 불과 두 달만이다. 공정위는 현행 자산기준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10조원 이상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의 위상을 민낯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공정위는 기업의 부당공동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기관이다. 이론적으로만 평등한 시장에 개입해 현실적으로도 평등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것이 존재 이유다. 강자와 약자가 충돌할 때는 상대적 약자를 보듬고, 강자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은 지난 6월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며, 강제수사권 부여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처벌하는 경제검찰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 윤현수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의 독립성은 지금도 충분히 확보되고 있다”며 “공정위의 독립성을 더 제고할 수 있는 것과 현재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제도적으로 공정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준사법기관으로서 공정위의 핵심업무는 심의다. 담합에 따른 제재, 하도급에 따른 불공정행위 판단 및 결정, 과징금 부과 등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기타 위원은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나머지 위원은 거치지 않는다.

역대 17명의 공정위원장 중 3년 임기를 채운 경우는 4명에 불과하며, 부위원장의 경우 역대 15명 중 1명 뿐이다. <사진=공정위 홈페이지>

짧은 위원 임기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공정위원 임기는 3년이며 한번 연임할 수 있다. 공정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3년 이상 재임한 공정위원장은 역대 17명중 4명에 뿐이다. 부위원장은 역대 15명중 1명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위원장은 바뀌어왔다. 12대 강철규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14대 백용호 위원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에 취임했다. 현재 노대래 위원장 또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4월에 임기를 시작했다.

다른 기관과 견주면 공정위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 중 2명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국회 추천을 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임기는 대통령보다 긴 6년이다. 위원장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회에서는 공정위원 임기를 늘려야한다는 입법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이러한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6월에 발의했다. 위원 임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상임위원은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며, 국회에서 추천한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공정위 윤현수 과장은 “입법 사실은 알고 있으나 이에 대한 공식입장은 없다”고 했다.

공정위원을 전원 상근 구조로 바꾸자는 제안도 있다. 현재 공정위원은 상임위원이 5명, 비상임위원이 4명이다. 비상임위원들은 기업과 법률사무소 등에 소속돼 있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 사건은 고도의 경제 분석과 복잡한 법률 판단을 요구하는데, 비상임위원은 업무에 전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윤 과장은 “임명된 비상임위원은 전문성이 있다. 개별 공정거래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인사로, 외부 이해관계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세종시에 있는 공정위를 다른 경제부처와 떨어트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2월 한 좌담회에서 “공정위가 다른 경제부처와 싸워야 하는데 한국은 다른 경제부처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하부기관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경제부처가 베를린으로 옮길 때 공정위만 다른 도시로 갔다. 한국도 공정위가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