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최소인력 일하면 높은 점수주겠다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CJ대한통운, 최소인력 일하면 높은 점수주겠다 하청업체는 연장근로시간 늘리고 휴게시간은 줄여 근기법 위반

기사입력2016-10-06 00:00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법파견 의혹을 받았던 CJ대한통운이 투입인원 대비 집배물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인력파견업체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함으로써 인력파견업체 근로자의 장시간근로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안전사고 발생률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줌으로써 산업재해 은폐 유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중기이코노미가 입수한 CJ대한통운과 1차 인력파견업체 ㈜아데코 코리아의 ‘택배업무 위탁 계약서’ 전문에 따르면, 장시간근로 조장 및 산재은폐 유인으로 추정되는 항목은 파트너사(인력파견업체)에 대한 운영평가기준이다. 장시간근로 조장과 관련된 생산성 항목의 경우 생산성(30점), 사고발생률(20점), 무적상품연고확인율(10점) 등 6개 항목에 100점 만점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산재 은폐 유인을 제공한 항목은 생산성 항목과 별개인 가점·감점 항목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CJ대한통운과 ㈜아데코 코리아의 ‘택배업무 위탁 계약서’ 내 부속합의서 내용 중 생산성 관련 항목. ©중기이코노미

CJ대한통운은 제1차 인력공급업체인 ㈜아데코 코리아(이하 아데코)와 제2차 인력공급업체(15개 정도) 근로자 350여명의 인력을 투입, 용인 택배물품 상·하차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아데코와 맺은 ‘택배업무 위탁 계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계약 또는 합의를 2차 인력파견업체들과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이 아데코와 체결한 ‘운영평가기준’에 따르면 인력파견업체를 4분류, 3분류, 2분류로 그룹핑 한 후 그룹내 평가순위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30점이 만점인 생산성 항목에 따르면, 적은 인원을 투입해 많은 물량을 처리할수록 높은 점수를 준다. 투입인력 대비 집배수량이 가장 많은 1위 업체에 대해 만점인 30점을 부여한다. 이어 2위 업체에는 29점, 3위 업체는 28점 순으로 순위가 1등급 내려가면 1점씩 깎이는 구조다. 인력파견업체 입장에선 1점이라도 덜 깎이기 위해서 근로자를 적게 사용하면서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장시간근로가 구조화될 수밖에 없는 평가기준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2시간 이상 연장근로 했다”=실제 2차 인력파견업체인 UKT, 에이디플러스 등에서 3개월(2016년 5월6일~2016년 8월18일) 동안 일용직으로 총 14일을 근무했던 허성구씨는 “출근한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2시간 이상씩 연장근로를 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허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과정에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20시에서 다음날 오전 5시까지였지만, 아침 7시까지 일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단 한번도 5시에 끝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일을 시작하는 시간도 20시가 아닌 18시30분 혹은 19시”라고 했다. 20시에 일을 시작하는 경우에도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해도 매일 2시간의 연장근로를 했다는 것이다. 또 업무 개시시간이 18시30분 또는 19시에 시작하는 경우에는 1일 연장근로시간이 3시간 또는 3시간30분으로 늘어난다. 일반적인 사업장과 달리 업무 시작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은 이유는 인력파견업체 근로자들이 오후 5시30분 상봉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용인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도착시간이 달랐고, 또 도착과 함께 바로 작업에 투입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3월17일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광주초월물류단지 CJ대한통운 부지에서 열린 ‘CJ대한통운 택배 메가허브 터미널’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휴게시간, 연장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위반=장시간근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씨는 “점심시간도 1시간이 아닌 35분이었다”면서 “기계가 35분간만 멈추기 때문에 그 시간내 점심을 마치고 근무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허씨의 말대로라면 UKT, 에이디플러스의 경우 8시간 근로시 1시간 이상 부여해야 하는 휴게시간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근로기준법 제54조). 또 허씨 이외 일주일을 계속 근무한 근로자에게 매일 적게는 2시간 많게는 3시간30분씩 연장근로를 시켰다면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법정한도를 위반했다(근로기준법 제 53조).

근로기준법 제54조와 제53조 위반에 대해 에이디플러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관리는 아데코 코리아가 한다”며 “그 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아데코 관계자는 “근무시간은 법에 정한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휴게시간의 경우 35분에서 50분으로 늘렸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아데코 관계자의 말에 따르더라도 휴게시간이 여전히 1시간 미만이라는 점에서 법 위반이다. 다만 중기이코노미 취재 이후, 허씨에 따르면 점심시간을 1시간 부여하고 있다.

◇연장근로수당도 노동부에 진정한 이후에 지급=장시간근로에 따른 법 위반 이외에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허씨는 퇴사 이후 에이디플러스와 UKT로부터 미지급 연장근로·휴게시간수당 명목으로 각각 30만원과 6만1400원을 받았다. 특히 UKT가 6만1400원을 지급한 시점은 허씨가 지난 8월23일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체불임금 진정서를 제출한 이후인 8월25일이다.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사정은 현재 용인 물류센터에 근무하는 대다수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다. 용인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인력파견업체 소속 350여명의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체불임금은 허씨의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허씨의 경우에는 3개월간 14일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CJ대한통운과 ㈜아데코 코리아의 ‘택배업무 위탁 계약서’ 내 부속합의서 내용 중 가감점 항목(안전사고 부분). ©중기이코노미

◇안전사고 발생시 재계약 불이익, 금전적 손해도 감수=CJ대한통운과 아데코가 합의한 운영평가기준에서 또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인력파견업체들로 하여금 산재은폐를 유인하게 하는 가점·감점항목이다. 이에 따르면 작업장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인·대물에 관계없이 1회 3점을 감점한다. 생산성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은 경우에도 안전사고가 1회 발생하면 97점으로 감점되는 구조다. 생산성 항목과 가점·감점항목을 합친 점수는 인력파견업체의 재계약 기준으로 활용된다. 평가점수 95점 이상이면 위탁업무 재계약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70점 미만인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

산재가 발생한 경우 인력파견업체 입장에선 계약해지와 직접 관련된 3점의 감점을 감수하고 사고발생 사실을 CJ대한통운에 통보하기 어렵다. 특히 평가점수는 인력파견업체의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도급비 정산시 CJ대한통운은 평가점수 95점 이상 또는 상위 1개 파트너사에 대해서는 클레임(사고)공제기준을 유리하게 적용했다(CJ가 60% 부담, 파견업체가 40% 부담). 반면 평가점수 70점 미만 또는 최하위 1개 파트너사의 경우에는 CJ가 40%, 파견업체가 60%를 부담했다. 더욱이 인센티브 재원도 CJ대한통운이 도급비 이외 별도로 출연한 것이 아니라 도급비에서 10%씩 갹출해 마련한 것이다. 인력파견업체 입장에선 자기 돈을 낸 것이기 때문에 경쟁사와 경쟁해서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손해를 입는 불공정한 룰이다.

인력파견업체에 대한 운영평가기준에 대해 아데코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 업체들에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라고 중기이코노미에 해명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CJ대한통운이 잘못된 계약을 통해 하청업체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하청업체에 일하고 있는 근로자, 특히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장시간근로 해소, 체불임금 청산, 산재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아데코 코리아는 종합인력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데코 그룹의 한국지사로 2015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복합고용서비스 우수기관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해외취업패키지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