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문재인, 박원순’…무엇이 두려운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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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세월호, 문재인, 박원순’…무엇이 두려운지 보인다 문화계의 ‘나쁜사람’ 9473명 블랙리스트

기사입력2016-10-16 09:3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참으로 꼼꼼하고 치밀하다. 문화예술계에서만 9473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 문화부가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 개입과정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어 한국일보는 12일 청와대에서 내려왔다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크게 네분류로 구분하고 있다. 첫번째는 2015년 5월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참여한 594명이다. 여기에는 영화배우 송강호를 비롯 김혜수·박해일·김태우, 영화감독 박찬욱·김지운, 문화평론가 황현산 등이 포함됐다. 두번째는 2014년 6월2일 ‘문학인 시국선언’ 참여자였다. 모두 754명으로 문학평론가 백낙청·염무웅, 소설가 공지영·은희경·천양희, 시인 신경림·나희덕 등이 포함됐다. 다음으로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명단이다. 모두 6517명이다. 소설가 현기영·윤대녕·하성란, 영화배우 하지원 등이다. 마지막은 2014년 6월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1608명의 명단이다.

실제로 이 자료가 작성된 시점 이후 예술계 곳곳에서 검열을 경험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개그프로그램에서 조차 현실 정치를 꼬집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문화계를 어떻게 다뤘는지 알만하다. 정부에서 문화융성 한다더니 결과는 블랙리스트로 드러났다.

13일 있었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느냐”의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질문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개된 명단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 정권이 두려워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이 된다. 어렸을 때 공부 말고 다른데 몰입해 있으면 ‘공부를 좀 그렇게 열심히 하지…’라는 타박을 종종 들었다.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그렇게 발 벗고 나섰다면 굳이 블랙리스트를 만들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