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150만원 버는데…편의점 출혈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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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지금도 150만원 버는데…편의점 출혈 경고음 하루 15개씩 새 점포 생겨…“통제 안하면 제2의 치킨집 된다”

기사입력2016-10-16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GS25에 따르면 안정추구형 매장으로 3000~5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한 달 정산금은 150~200만원선이다. 인건비 부담은 별도다. ©중기이코노미

“서울에서 창업을 한 사람이 3년 후에도 살아남을 확률은 20~30%라고 합니다. 요식업은 부정적인 이슈가 터지면 한 달은 장사가 안 돼요.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버텨낼 수가 없으니 추가로 빚을 내거나 폐업을 하죠. 편의점은 달라요. 유행을 타지 않죠. 식품, 생활용품을 파니 경기가 나쁘다고 장사가 안 되는 일은 없어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투자 대비 리스크가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교동 GS리테일 편의점사업본부. 이날 오후 2시에도 어김없이 GS25 창업설명회가 열렸다. 5명 남짓한 중년남성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발표자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설명회의 핵심은 정산금이었다. 한 달간 편의점을 운영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가맹점주 손에 떨어지는 금액이 얼마인지다.

정산금은 투자금액이나 계약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GS25의 경우 네 가지 계약 형태가 있다. 안정추구형의 경우 투자금액이 적고 리스크도 낮은 대신 정산금의 점주 비율이 낮다. 매출총이익의 55%는 가맹본부가, 45%는 점주가 갖는다. 반면 리스크가 큰 수익추구형의 경우 점주가 매출총이익의 80%를 정산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신규 가맹점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안정추구형이다.

“안정추구형으로 3000~5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한 달 정산금은 150~200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보다 더 버는 경영주도 많지만 보수적으로 보자면 그래요. 편의점은 인건비 싸움입니다. 정산금에서 인건비는 별도로 빠집니다. 알바생 한 명을 두려면 80~100만원은 들어요. 그래서 창업하시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조력자 유무입니다. 인건비를 아끼려면 가족들이 다 달라붙어야 합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번엔 편의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1순위였던 치킨이 주춤하는 사이 편의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소자본에 적은 리스크로 사업을 할 수 있어서다. 1인 가구 확대로 편의점업 자체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여신금융연구소의 카드승인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내 카드승인금액은 9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1%나 늘었다.

편의점 3만개 시대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에 내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편의점 가맹점수은 2만9612개다. 씨유가 9312개로 가장 많고 GS25가 9192개, 세븐일레븐이 7568개 순이다. 지난해 새로 출점한 편의점도 5508개나 됐다. 하루에 15개씩 새 편의점이 생긴 셈이다.

편의점업 덩치가 커질수록 가맹점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과당경쟁 때문이다. 물론 편의점 가맹본부는 점포간 거리제한을 둬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생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점을 제한해 과당경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유의동 의원의 주장이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편의점 폐점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동부증권 차재현 애널리스트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27.2%였던 편의점 폐점률이 내년에는 37.7%에 이를 전망이다. 차 애널리스트는 “내년 편의점의 점포당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편의점주의 투하자본이익률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면서 “베이붐세대의 급격한 편의점 창업 쏠림 현상이 통제 없이 지속될 경우 편의점 창업은 또 다른 치킨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창업 쏠림 현상이 통제 없이 지속될 경우 제2의 치킨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이코노미

과당경쟁으로 점포당 수익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나 숫자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모두 점포당 정산금과 수익률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이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오경석 홍보기획팀장은 1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점포 수익률은 각사의 영업사항이기에 공유하지 않는다. 각 사에 문의해보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업 과당경쟁 우려에 대해서는 “각 회사마다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대답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점포당 수익률은 편의점 빅3 모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홍보팀 강이주 주임은 이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개된 숫자가 아니므로 가맹본부에서도 알 수 없다”고 했다. GS리테일 홍보팀 김시재 대리도 “매출은 정보공개서를 참고하면 되지만 수익률은 자료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 홍보팀 이나라씨도 “점포별 수익률은 가맹점주들이 입장에서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다. 우리도 가맹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야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과당경쟁에 따른 점포 수익률 저하에 가맹본부들은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을 다 내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GS25 관계자는 창업설명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여러 개의 편의점을 놓고 비교하듯 가맹본부도 창업자가 점포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한 뒤 내 준다. 가맹비를 벌기 위해 마구잡이로 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코리아세븐 이나라씨도 “우리는 점포를 많이 여는 편이 아니다. 점포수를 늘리는 것보다 점포당 매출을 높이고 내실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