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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내고 욕먹고 ‘보따리상’ 푸드트럭 만만찮다
소자본이라 덜컥 시작했다 영업지역 제한 발목…기존상점과 경쟁도
- 기사입력2016-10-27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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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인 푸드트럭이 각종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서울밤도깨비 야시장 공식 홈페이지>“트럭 사서 구조변경을 하면 길에서 영업해도 되는 줄 알았죠. 뉴스를 보니 긍정적인 얘기만 나왔으니까요. 막상 해보니 다릅디다. 허가받은 지역에 사람이 없어서 불법인줄 알면서도 유동인구 많은데서 장사하다 벌금도 여러 번 물었습니다. 벌금 깎아달라며 무릎 꿇고 공무원에 싹싹 빈 일도 있었고요. 주변 상인들한테 욕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3년째 푸드트럭을 하고 있는 A씨(30)의 말이다. 대학졸업 후 보험회사에서 영업을 했던 A씨는 20대에 호기롭게 창업을 시작했다. 첫 아이템은 아사이베리였다. 아사이베리 수입을 위해 브라질 농장을 방문하는 등 열의에 차 있었지만 사업은 생각만큼 안 됐다. 첫 사업을 접고 시작한 것이 푸드트럭이었다. 처음엔 친구와 동업해 디저트를 팔다 7개월만에 폐업을 한 뒤 홀로서기를 했다. 떡볶이, 츄러스, 볶음밥, 감자튀김, 생과일주스, 핫도그 등 안 팔아본 음식이 없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A씨는 요리사 B씨를 직원으로 고용했다. 자신의 수입은 밝히지 않았으나, B씨 월급이 한달에 450만원이라고 A씨는 귀띔했다. 푸드트럭치고는 상당히 성공한 경우다.현재의 성공에 안주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푸드트럭은 단골이 있는 장사가 아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다. 푸드트럭 중에는 꽤 성공했다고 자부한다는 A씨도 올 겨울이 걱정이라고 했다. 야외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혹서기, 혹한기에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A씨는 “정 안 되면 올 겨울에는 최저시급 받고 카페 아르바이트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인 푸드트럭의 현주소다. 2014년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푸드트럭을 이용해 식품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온 이래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규제를 풀어 푸드트럭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푸드트럭의 최대 장점은 소자본 창업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푸드트럭 창업아카데미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푸드트럭 창업에 드는 비용은 1500~2500만원 선이다. 화물차량을 영업용으로 구조변경을 한 뒤 안전검사, 위생교육, 영업신고를 거치면 준비 완료다. 빠르면 한 달 안에도 창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점포 자영업처럼 임대료나 관리비가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많다. 푸드트럭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서울시내에서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한 지역은 6월말 기준 여의도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올림픽주경기장 등 57곳이다. 그렇다고 해당 지역을 옮겨가며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신고를 할 때 영업 허용지역 계약서류를 쓰는데, 이곳을 벗어나면 불법이다. 처음엔 관할지역에서만 장사하겠다고 약속한 사업자도 장사가 안 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걸리면 벌금을 내겠다는 각오로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이는 푸드트럭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푸드트럭은 내부 공간이 좁아 식품을 보관하기 어렵다. 그날 준비한 음식을 그날 팔지 못하면 모두 버려야 한다. 자영업에선 로스(loss)율이 높다고 표현한다. 그러니 푸드트럭 사업자들은 준비한 식재료를 소진하기 위해 보따리장수처럼 떠돌아다닌다. A씨는 “하루에 8000원을 번 날도 있었다. 하도 장사가 안 되니, 보다 못한 담당 공무원이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해도 눈감아준 적도 있었다”며 “당시 한 달에 100만원씩 집에 생활비를 줘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법에 저촉되는 줄 알면서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푸드트럭 사업자들에게 유동인구가 많은 축제나 한강공원은 꿈같은 무대다. 그러나 무턱대고 시작할 일은 아니다. 참가비에 인건비, 주유비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축제에 푸드트럭이 들어가려면 하루 20~30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자라섬 페스티벌처럼 인기 있는 축제는 하루 200만원이다. 장사가 잘 되는 만큼 인력도 더 필요하다. 푸드트럭 창업자 C씨는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에 가보면 작은 트럭 한 대에 8명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하루 500만원씩 벌지만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이 크게 없다”고 했다.현재 수도권에선 300여대의 푸드트럭이 영업을 하고 있다. 창업 인지도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에 따르면, 26일 기준 서울시에 영업신고 된 푸드트럭은 222대다. 올해 신규 등록한 푸드트럭은 219대다. 올해 폐업한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은 올해 영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경기도도 푸드트럭 사업을 키워가는 중이다. 이날 경기도 규제개혁담당관실 엄기진 주무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9월말 기준 83대다.푸드트럭 사업자들은 신중하게 창업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과 푸드트럭 사업을 겸하고 있는 김관훈 대표는 26일 서울시가 주최한 푸드트럭 창업 아카데미에서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큰 코 다친다. 영업범위 제한, 기존 노점과의 경쟁 때문에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소자본창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천천히 준비해도 늦지 않으니 정확한 콘셉트를 정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푸드트럭을 만들라”고 조언했다.회사생활 후 푸드트럭을 시작한 미스터트럭의 김이준 대표는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김 대표는 “여름엔 정말 덥고 겨울엔 정말 춥다. 푸드트럭을 해서 한 달에 200만원을 벌 거라면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낫다”며 “자신이 푸드트럭에서 기대하는 월 수입은 얼마인지, 기대한 수입보다 저조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업비를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