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어는 최순실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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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국정농단’ 주어는 최순실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씨 만행으로 본질 흐려서야…대통령이 책임지고 답하라

기사입력2016-10-30 15:57

29일 저녁 6시 청계광장.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젊은 연인, 자녀와 동행한 부모,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이 집회현장으로 모였다. 젊은 여성 참석자들은 무속인 최순실씨를 패러디해 ‘시굿선언’이라는 푯말을 걸고 굿판 퍼포먼스를 벌였다. 최씨와 박대통령의 끈끈한 관계를 풍자한 캐리커쳐를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최씨의 국정농단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대한민국 국정이 청와대나 정부부처가 아닌 최씨 일가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배신감과 허탈함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문화’, ‘스포츠’, ‘창조융합’ 키워드가 들어간 사업에는 전부 손을 뻗쳤다는 것이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관련해선 교육계에서도 시끄럽다. 지금 최씨 모녀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연일 최씨 모녀의 만행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며칠 전에는 모녀의 20년 단골 때밀이 인터뷰까지 나왔다. 정씨가 어린시절 세신사의 뺨을 때렸는데 최씨는 사과한번 하지 않는 등 안하무인이었다는 증언이다. 독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뉴스임이 분명하지만,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는 뉴스는 아니다.

모든 언론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결은 조금 다르다. 초반부터 비판해온 진보 언론들은 최순실씨의 만행을 근거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다. 뒤늦게 합세한 종편과 보수언론들은 최씨의 만행을 보도하면서도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에는 애매한 반응을 보이거나 오히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이용당했다는 식으로 두둔한다. MBN 김주하 앵커의 브리핑이 대표적이다. 김 앵커는 최순실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브리핑에서 “언니(박근혜 대통령)를 위해 의리를 보이라”는 등 사건의 주어를 최씨로 만들었다.

이번 사태의 주어는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순실씨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도록 칼자루를 쥐어준 건 박 대통령이다. 최씨는 그 칼을 건네받아서 자신의 입맛에 썼을 따름이다. 이제 입국까지 했으니 최씨가 잘못한 게 있다면 수사한 뒤 처벌하면 된다. 더 중요한 건 자연인 최씨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치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다. 검찰 수사에서 증거 부족 무혐의 결론이 난다 해도 박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줄곧 최씨 도움을 받아 국정운영을 해온 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국정운영 시스템을 새로 만들 수 있을까. 지지율이 14%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