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강요·대가없이 ‘미르·K’에 수백억원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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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기업, 강요·대가없이 ‘미르·K’에 수백억원 줬을까 노회찬 의원 “삼성, 최순실 통해 최고권력 관리” 의혹 제기

기사입력2016-11-03 19:06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기부금의 주범은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안종범이다. 안 수석이 최순실과 ‘내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임부회장이 총대를 매고, 나머지 심부름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했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27일, K스포츠재단은 다음해 1월12일에 출범했다.

#2. 미르재단은 출범에 앞서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삼성, 현대차, SK 등으로부터 486억원을 모금했고, K스포츠 재단 또한 지난해 12월말부터 올해 1월초까지 삼성, 현대차 등으로부터 380억원을 모금했다. 두 재단 모두 재단 공식 출범 이전에 당초 계획했던 돈의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1차 모금을 차질없이 완료했다.

사실관계 2는 기부금을 출연했던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실관계 1이다. 총대를 맺던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과 심부름을 했던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 모두 돈을 주고받고, 만났던 사실을 인정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내통’의 당사자인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의 관계다. 두 명 모두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돈을 걷으러 왔다 갔다 했던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안 수석과 최씨를 모두 알고 있고, 만났거나 통화를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쯤되면 두 사람은 직접 만나서 범죄를 모의했거나, 최소한 전화통화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모두 ‘절대 그런적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안 수석과 최순실이 통화했거나 만났다는 근거는 알려진 게 없다. 그림이 완성되지 못하고 뭔가 뻥 뚫린 모양새였던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3일 “삼성(사진)이 정권실세인 최순실을 통해 최고 권력을 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이 구멍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가 2개 나왔다. 하나는 안 수석의 입을 통해서, 다른 하나는 경제신문을 통해서다. 안 수석은 검찰조사 직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신문은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를 안 수석이 측근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안 수석과 최순실이 몰라도 그림은 완성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내통’하고 그 결과를 박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지시했다면 논리적으로 안 수석과 최순실이 몰라도 된다는 말이다. 사실여부는 검찰에서 밝히겠지만.

또 하나의 단서.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지난 2015년 7월24일 청와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 17명 가운데 7명을 이틀에 걸쳐 차례로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을 담고 있는 업무기록일지는 이미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7개 기업 총수와의 독대일자가 7월말이니 미르재단 출범을 3개월 앞 둔 시점이다. 800억원 가까운 돈이니 돈이 필요한 최순실 입장에선 기업별로 할당하고, 기업들은 합법적으로 돈 빼낼 궁리 등 형식과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은 짐작가능하다. 그래서 독대일자에 박 대통령이 기업총수들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근거없는 의혹제기가 아니다. 합리적인 의심에 따라 정리하자면, 독대일자에 대통령은 기업에 돈을 요청했고, 실무적인 일은 안 수석과 최순실이 했다. 안 수석과 최순실이 생면부지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공범이자 주범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추가되는 사실은 박 대통령이 주범 위에서 범죄를 기획하고 명령한 ‘왕’주범이 된다는 점이다.

딜레마다. 업무기록을 확보한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니 이제 기업총수들은 독대자리에서 오갔던 발언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독대자리에서 강요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으면 죄질은 좀 가벼워질지언정 아직 살아있는 권력의 눈총을 받아야 한다. 강요를 받지 않았다고 하자니 대가없이 수백억원을 순수한 마음으로 줬다고 소명해야 한다. 이 역시 사회통념에 비춰보자면 검찰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아마도 지금껏 경험했던 정경유착 역사에 근거해 예상하자면 기업총수들은 후자의 전략을 택할 것이다. 공은 이제 검찰로 갔다.

한편 3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삼성이 최순실씨 소유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매달 80만유로(약 10억원) 가량을 최순실씨 독일 현지법인에 보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사실이라면, 삼성이 정권실세인 최순실을 통해 최고 권력을 관리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삼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