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만 VS 860만…비정규직 분류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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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640만 VS 860만…비정규직 분류부터 다르다 ‘임시직·일용직’을 정부는 정규직, 노동계는 비정규직으로 구분

기사입력2016-11-16 07:4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상시적인 고용불안정과 열악한 근로조건 등 비정규직의 근로실태는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2016년 8월 기준)’를 보면,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5개월이다. 월평균급여는 149만4000원으로 정규직 279만5000원의 53.4%다. 지난해 대비 임금은 정규직이 3.7%가 올랐지만 비정규직은 1.8%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6년 8월 기준 비정규직 중 절반은 근로복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중 퇴직급여를 받은 비율은 40.9%, 상여금 38.2%, 시간외수당 24.4%, 유급휴일(휴가) 31.4%다. 정규직의 경우 각각 85.5%, 85.4%, 58.4%, 74.3%로 비정규직에 비해 모든 항목이 두배 이상 높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67.6%, 건강보험72.6%, 고용보험 69.6%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는 국민연금 36.3%, 건강보험 44.8%, 고용보험 42.8%다.

비정규직은 이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OECD가 발표한 ‘2013 고용전망’ 자료를 보면, 2013년 한국 임시고용 근로자가 1년 후 정규고용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11.1%다. 조사대상국중 가장 낮았다. OECD에 따르면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경우 임시고용에서 정규고용으로의 이동성이 매우 높아, 임시고용이 정규고용을 위한 디딤돌(stepping-stones)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이동성이 낮아 덫(traps)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OECD의 평가다.

2016년 8월 기준 <자료=통계청>

비정규직 얼마나 되나…통계청 640만명 VS 노동계 860만명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이 아닌 ‘덫’으로 작용하는 비정규직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64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대비 32.8%다. 반면 노동계는 통계청의 같은 자료(부가조사)와 ‘경제활동인구 조사(본조사)’를 근거로 860만명으로 추산하며, 전체 근로자 대비 절반 가까운 44.7%라고 밝혔다.(2015년 8월 기준)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는 통계청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통계청은 연 2회(3월과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통해 비정규직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은 비정규직을 고용형태에 따라 한시적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비전형 근로자로 분류한다. 한시적근로자(고용의 지속성)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자 또는 정하지 않았으나, 비자발적 사유로 계속근무를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를 말한다. 또 시간제근로자(근로시간)는 근로시간이 통상의 근로자에 비해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그리고 비전형근로자(근로제공 방식)는 사용사업주와 고용사업주가 다르거나(파견근로자, 용역근로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사용자성이 중복된 특수고용관계에 종사하는 ‘근로자’(학습지교사, 보험판매인, 지입차주 등)를 말한다. 통계청은 이외 가정내근로자(재택, 가내), 일일(호출)근로자를 비전형근로자에 포함시켜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의 범위는 통계청의 부가조사상 비정규직 통계에서 파악된 규모에다 ‘본조사’를 통해 확인된 일용직과 임시직 근로자를 포함한다. 통계청이 매월 조사하는 본조사의 분류방식은 근로자의 종사상 지위에 따라 상용직과 일용직 그리고 임시직으로 구분한다. 고용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상용직(1년 이상), 임시직(1월~1년), 일용직(1월 미만)으로 구분한다.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퇴직금·상여금 등을 받고 회사의 인사규정에 의해 채용되는 경우에만 상용직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임시·일용직으로 분류한다.

임시직·일용직…노동계는 비정규직, 정부는 정규직으로 분류

노동계는 임시직과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포함하는 반면, 정부는 이들을 비정규직에서 제외한다. 예를들어 식당종업원의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외관을 가질 수 있다. 정부가 외관을 이유로 식당종업원을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건설일용근로자 역시 정부는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건설일용근로자는 일일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관행으로 외관으론 무기계약직이다. 반면 노동계는 임시직과 일용직의 종사상 지위가 불안하다는 점, 외관으론 무기계약직이나 실제는 일용계약직 또는 기간제란 점에서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정부가 통계를 위해 설문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비정규직이지만, 설문응답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이경제 사무관은 이와관련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 집계 방식은 200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비정규직 범위를 따른다. 비정규직을 집계한 후 나머지는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임시직·일용직이라도 정규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의 통계차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경제활동 인구 부가조사가 전수실태가 아니고 샘플이 많지 않아 거칠게 추산되는 면이 있다”며 “특수·간접고용 근로자 수가 과소집계돼 있고, 불법파견은 집계조차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숨어있는 비정규직을 찾아야 한다”며 “전수조사를 실시하기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들기는 하지만 한번은 제대로 된 수치를 집계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노동센터가 추산한 수치도 실제 비정규직 실태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를 개선하고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재는 근로자에 대한 규정이 매우 협소하다. 법률로써 보완해야 정확한 통계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비정규직이란 말이 생겨난 시점이 오래되지 않았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가 잡힌 것도 2005년 부터”라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하지만 이제 맞춰 법이 즉시 변경되기는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어디까지가 비정규직이라고 확실히 구분하고 법으로 명시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자료=통계청,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대 국회 기간제법·파견법 입법 쟁점

비정규직보호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있다.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 원활한 인력수급을 목적’으로 한다.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2년이 원칙이다. 따라서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해당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 기간제법 개정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부분은 사용기간과 사용사유, 갱신횟수의 제한범위 등이다. 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같은 ‘차별시정제도’도 쟁점이다.

파견법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과 함께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4법 중 하나다.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기준과 파견대상 업무가 쟁점이다. 또 파견기간 2년을 초과 사용하거나 불법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의 실효성도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파견기간 2년을 초과한 경우 고용의무 규정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편 용역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정내근로자, 일일근로자에 대한 법령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경제 사무관은 “건설일용직의 경우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만, 모든 근로형태에 따라 일일이 법을 제정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라며 “19대 국회에서도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신설해 하도급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법안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세부적으로 협의하지 못해 폐기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로서는 개별 근로형태에 대한 법률을 신설하기 보다는 특별고용형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고용보험·사회보험·산재적용 범위를 늘리는 등 부수적 방안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