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難 원인은 정경유착…재벌지배구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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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國難 원인은 정경유착…재벌지배구조 개선해야” “재벌총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 아는데 안하는 것”

기사입력2016-12-01 21:2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 재벌일가의 이익에 손을 들어줬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다. 또 양사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를 낮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결국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란 의혹도 있다.

최운열(더불어민주당), 채이배(국민의당), 노회찬(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공동으로 국회에서 1일 주최한 ‘재벌지배구조의 문제진단과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는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입법대안이 쏟아졌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지배구조의 문제진단과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는 재벌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재벌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대기업 계열사간 순환출자금지 방안과 관련해서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기존 순환출자 또한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순환출자란 계열사 A가 B에 출자하고 B가 C에 출자, 다시 C가 A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총수들은 A, B, C 모든 기업에 대해 보유지분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한다. 박근혜 정부는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면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경우 416개 기업이 순환출자를 유지하는 등 대기업 재벌총수들이 지배력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도 높일 필요성이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각각 30%이상(상장사), 20%이상(비상장사)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금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 시행 직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29.99%로 낮춤으로써 금지대상 그물에서 빠져나갔다. 이에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는 재벌총수의 편법적 승계를 위한 공작금을 만드는 수단”이라며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는데 허점이 많아 지분율만 조정하면 법을 피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현재 겪고 있는 국난도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정경유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정경유착을 끊으려면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현대자동차그룹은 3세 승계를 위해 총수가 지배하는 신설 물류회사와 광고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기업규모를 급격히 키울 수 있었고, 주식가치 상승분은 고스란히 총수일가의 몫으로 돌아갔다”며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의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자,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세금없는 부의 이전 방법”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23.29%다. 정몽구 회장의 장녀, 이노션 사내이사인 정성이 이사는 이노션의 최대주주로 27.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대상을 상장·비상장사 구분없이 지분율 요건을 10%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은 일감몰아주기를 허용하는 예외사유를 대폭 축소하는 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와함께 불공정합병은 그룹 승계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원을 간접적으로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즉 기본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서로 다른 두 회사를 합병하면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왜곡하는 것이다. 지난 5월30일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건설업계가 호황임에도 삼성물산이 주택공급을 늘리지 않은 것에 대해 의도적인 실적 축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홍순탁 회계사는 “합병 당시 이재용 일가는 제일모직 42.2%, (구)삼성물산 1.4%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새로운 삼성물산에서 이재용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고 (구)삼성물산의 가치를 내릴수록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삼성물산 경영진은 아무런 협상없이 주가에 모든 것을 맡겼고, 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해도 실제 합병비율인 1[(구)삼성물산]:0.35(제일모직) 보다 높았던 기간이 있었음에도 최저수준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고 했했다.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구)삼성물산의 가치가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뉴시스>

자사주 취득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먼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다. 인적분할 방법으로 반도체 공장 등 각종 자산은 사업회사에 넘기고 별도 법인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인적분할 효과에 따라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율은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에 그대로 이전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율이 5%라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자사주 지분율을 각각 5%씩 그대로 이전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가 확보한 자사주는 별개 법인의 지분이므로 의결권이 살아난다. 총수일가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자신 지분율과 지주회사에서 새롭게 의결권이 살아난 자사주 지분율을 활용해 사업회사에 보다 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총수일가는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자사주를 이용해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자사주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회사 돈을 이용해 총수일가가 지배력을 형성하는 방법”이라며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이내 의무소각하거나 기업 분할이나 합병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지배력 확대 방지, 공익재단을 이용한 지배력 확대 세습방지, 독립이사·감사위원 선임 및 다중대표 소송 도입 등을 통한 재벌의 불법적 경영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 등이 제시됐다.

김성진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거론된 내용이 대부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나온 내용”이라며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견제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방법은 이미 다 나와있는데 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운열 의원은 “현재 겪고 있는 국난도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정경유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정경유착을 끊으려면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어렵다. 대기업들도 앞으로는 경영투명성과 건전성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투명한 경영형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