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빼앗긴 상표 찾으려면 ‘법제도+협상전략’

프린트

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中서 빼앗긴 상표 찾으려면 ‘법제도+협상전략’ 시간·비용 고려 브로커와 협상…출원·등록·사용여부 따라 대응

기사입력2016-12-07 16:43

우리 기업이 중국 상표브로커에게 상표권을 빼앗겼다면 중국 법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빠른 시간내 상표권을 효율적으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브로커와의 협상전략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만약 브로커와 협상을 진행한다면 이와는 별도로 법률분쟁과 함께 대체 상표출원 전략도 병행해 협상카드로 쓰는 것이 유리하다.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대표변리사는 “중국에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상표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상표브로커와의 협상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대표변리사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최근 주최한 ‘프랜차이즈 중국 상표브로커 대응 세미나’에서 “중국 상표브로커의 목적은 돈”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이들은 원권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양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상표권을 빼앗긴 우리 기업이 협상전략만 잘 세우면, 법적 구제방법보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 변리사는 국내 치킨업체인 G사를 예로 들었다. G사는 중국진출을 위해 한글상표의 중국출원을 지난해 3월에 진행했으나, 누군가 상표를 선점한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해당 브로커는 한국 프랜차이즈기업들의 상표를 집중적으로 무단 선점하고 있는 악의적 브로커였다. G사는 상표권 양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유 변리사는 “당장 돈이 들더라도 빨리 찾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양수협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표권 양수협상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법률분쟁과 함께 대체 상표출원 전략도 병행해 협상카드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수협상만 믿고 있다가 브로커가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을 부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G사는 양수협상을 진행하면서 기존 상표와 비슷한 유사상표를 만들어 출원했다. G사는 브로커와의 협상과정에서 요구금액이 과다할 경우 대체상표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국 상표브로커는 선점했던 상표권 출원을 취하했다.

유사한 사례로, H사의 경우는 양수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국 대리인을 복수로 고용했다. 중국 로펌 변리사 3명을 고용해 제일 낮은 금액으로 협상을 성공시키도록 요구했다. 변리사들은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브로커를 압박했다. 유 변리사는 “법률적인 대응을 하면서 양수협상 가능성도 열어놔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인 ㈜푸디세이 장우철 본부장도 “중국에서 상표권이 당장 필요하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 보다는 협상을 통한 상표권 획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인 등에 의해 선점당한 우리 상표는 1000개가 넘고, 피해기업 또한 600개사에 이른다.

<그래픽=박소라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편 유성원 변리사는 “법률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상표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우선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며 법제도를 활용해 상표권을 찾아오는 방법을 소개했다.

◇출원공고한 상표권에는 ‘이의신청’=출원공고가 결정된 상표의 경우 공고일로부터 3개월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중국 상표국(공상관리국)에 이의를 청구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3개월 동안 이의가 없으면 상표가 등록되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는 12개월이 걸린다.

한국의 유명 디저트 카페 A사의 경우 카페 로고를 중국의 상표브로커에게 빼앗겼다. 상표브로커가 선점해 출원공고까지 한 상표에는 A사가 창작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고 한글 폰트까지 그대로 도용했다. A사는 ‘타인의 선권리 침해 금지’ 규정에 근거해 상표국에 이의신청을 했다.

상표브로커에게 창작성 있는 도형상표를 선점당한 경우라면, 중국 상표법 제32조 ‘타인의 선권리 침해 금지’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로고처럼 미술저작물로 인정될 만큼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 상표권을 뺏긴 기업은 자신의 도형상표에 대한 선저작권을 주장해 상표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저작권의 경우 베른조약에 의해 한국에서 등록하더라도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등록이 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선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 때, 선저작권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도형상표를 제작한 업체와의 계약서나 제작 당시 납품시안 등의 자료를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기업 제품이 이미 유명하다면 ‘무효선고’=중국에 이미 상표가 등록된 경우 중국 상표평심위원회에 상표등록 무효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무효청구 심사기간도 약 12개월이 소요된다.

한국 화장품업체 B사는 자사의 상표가 상표브로커에 의해 이미 등록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국브로커가 선점한 상표는 문자만으로 구성된 상태라 B사는 선저작권을 주장할 수도 없었다. B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와 계열사인 온라인 오픈마켓 티몰(Tmall)에 입접해 마스크팩을 인기리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상당히 알려져 있는 상표임을 근거로 무효선고를 청구했다.

유 변리사는 “무효선고의 경우 등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무효선고를 신청할 수 없는 사유도 있다”며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브로커가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는지 확인=상표를 선점한 기업이 3년 동안 해당상표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중국 상표국에 ‘불사용’을 이유로 상표등록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상표국은 불사용 취소신청이 접수되면, 상표권자에게 사용증거 자료제출을 요구한다. 심사기간은 최대 1년6개월이 걸린다.

일례로 한국의 식품업체 ㈜천일식품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중국에 상표출원을 진행하던 중 한자 ‘千一(천일)’ 상표가 등록돼 있는 것을 알았다.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해당상표 사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천일식품이 중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면류’ 제품에 대해서는 3년이 넘도록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천일식품은 불사용 취소신청을 제기했고 승소했다.